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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남산타워에서

 

 

나뭇잎 하나

 

 

김광규    

 

 

크낙산 골짜기가 온통

연록색으로 부풀어 올랐을 때

그러니까 신록이 우거졌을 때

그 곳을 지나가면서 나는

미처 몰랐었다.

 

뒷절로 가는 길이 온통

주황색 단풍으로 물들고 나뭇잎들

무더기로 바람에 떨어지던 때

그러니까 낙엽이 지던 때도 

그 곳을 거닐면서 나는

느끼지 못했었다

 

그렇게 한 해가 다 가고

눈발이 드문드문 흩날리던 날

앙상한 대추나무 가지 끝에 매달려 있던

나뭇잎 하나

문득 혼자서 떨어졌다

 

저마다 한 개씩 돋아나

여럿이 모여 한 여름 살고

마침내 저마다 한개씩 떨어져

그 많은 나뭇잎들

사라지는 것을 보여 주면서

 

 

 

 

 

 

* 주제 : 나뭇잎의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인식한 후에

             알게된 인생의 의미

 

* 자연물을 통해 인간의 삶 유추

  :  모든 존재는 하나의 나뭇잎처럼 홀로 태어나

     무리를 이루고 살다가 다시 홀로 죽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뒤늦게 발견 

 

* 유사한 통사 구조의 반복 (1연,2연)

 

* 시간의 흐름 : 여름 - 가을 -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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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공원의 자라들

 

나룻배와 행인

 

 

한용운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옅으나 급한 여울을 건너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으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물만 건너면 나를 돌아보지도 않고 가십니다그려.

 

그러나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 줄만은 알아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날마다 낡아갑니다.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 주제 : 임에 대한 기다림과 헌신적인 사랑

 

* 화자의 기다림

 : 사랑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적극적인 기다림

 

* 경어체 사용 (~ㅂ니다)

* 수미 상관,  비유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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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소리

 

 

이재무     

 

 

아랫마을 성당에서 울려 퍼지는

종소리, 종소리들

그중 하나 대열에서 빠져나와

몰래 골목, 골목을 돌아

하늘 가장 가까운 마을 찾아나선다

맨발로 가파른 빙판길을 오르다,

오르다가 미끄러지고

오르다가 미끄러져

무릎 까져 피 흘리는 하나님

아랫마을 성당에서 울려 퍼지는

종소리, 종소리들

저 보이지 않는 견고한 평화의 울타리

 

 

 

 

 

 

* 주제 : 소외된 자들과 평화 사이를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벽

 

* 세태비판적, 가진자들을 위해 울리는 세속화된 종소리

 

* 성당의 종소리 = 견고한 울타리

   성당에서 평화를 상징하는 종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지만,

   아랫마을의 것일 뿐, 

   '달동네'나 '산동네'를 의미하는 '하늘 가장 가까운 마을'까지는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아랫마을 성당의 종소리
(견고한 울타리)
윗마을
성당
(평화)
하늘 가장 가까운 마을

 

* 화자는 소외받는 사람들에게까지도 도달하려는 절대자를 발견하지만

   절대자도 그들에게 도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오르다가 미끄러져

  무릎 까져 피 흘리는 하나님

 

* 우리 사회에서 소외를 겪는 사람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소틍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이야기 하는 작품

  (퍼져 나가야 할 평화의 종소리는 '하늘 가장 가까운 마을'을 소외시키고,

   아랫마을의 평화만을 보호하는 '울타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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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바다

 

삼수갑산

-치안서선생삼수갑산운-

 

 

김소월   

 

 

삼수갑산 내 왜 왔노 삼수갑산이 어디뇨

오고가니 기험타 아하 물도 많고 산 첩첩이라 아하하

 

내 고향을 도로 가자 내 고향을 내 못 가네

삼수갑산 멀더라 아하 촉도지난이 예로구나 아하하

 

삼수갑산이 어디뇨 내가오고 내 못가네

불귀로다 내 고향 아하 새가 되면 떠가리라 아하하

 

님 계신 곳 내 고향을 내 못 가네 내 못 가네

오다가다 야속타 아하 삼수 갑산이 날 가두었네 아하하

 

내 고향을 가고지고 오호 삼수갑산 날 가두었네

불귀로다 내 몸이야 아하 삼수갑산 못벗어난다 아하하

 

 

 

 

 

* 주제 : 벗어나려해도 벗어날 수 없는 절망적인 삶의 현실에 대한 탄식

        (고향에 대한 그리움)

 

* 치안서선생삼수갑산운

  : 스승(김억)이 보낸 시 '삼수갑산'에 운을 붙여 보낸 답시

 

* 삼수갑산 : 우리나라에서 가장 험한 산골이라 이르던 삼수와 갑산

  (조선시대 귀양지 중 하나 - 함경도 북서쪽)

* 불귀 : 돌아오지 아니함, 돌아가지 아니함, 죽음(비유적)

* 촉도지난 : 촉나라로 가는 길의 어려움

* 도 많고 첩첩이라 : 방해물, 장애물

   (고향으로 돌아가기 힘들게 하는 요소)

 

* 아하, 아하하 : 절망감을 드러내는 탄식, 반복 

* 삼수갑산이 날 가두었네 : 주객전도, 의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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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공원에서

 

 

바라건대는 우리에게 우리의 보습 대일 땅이 있었더면

 

 

김소월    

 

 

나는 꿈꾸었노라, 동물들과 내가 가지런히

벌 가의 하루 일을 다 마치고

석양에 마을로 돌아오는 꿈을,

즐거이, 꿈 가운데.

 

그러나 집 잃은 내 몸이여,

바라건대는 우리에게 우리의 보습 대일 땅이 있었더면!

이처럼 떠돌으랴, 아침에 저물손에

새라 새로운 탄식을 얻으면서,

 

동이랴, 남북이랴,

내 몸은 떠나가니, 볼지어다,

희망의 반짝임은, 별빛이 아득임은,

물결뿐 떠올라라, 가슴에 팔다리에.

 

그러나 어쩌면 황송한 이 심정을! 날로 나날이 내앞에는

자칫 가늘은 길이 이어가라. 나는 나아가리라

한 걸음, 또 한걸음. 보이는 산비탈엔

온 새벽 동무들 저 저혼자......산경을 김매이는.

 

 

 

 

 

 

* 주제 : 땅을 잃은 농민의 슬픔과 땅을 되찾고자 하는 의지

 

* 보습 : 쟁기

* 보습 대일 땅 : 화자가 평화롭게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다고 여기는 공간

* 작품의 화자는 일제 강점기에 집도 잃고 농사지을 땅하나 없는

   떠돌이 신세로 유랑하던 당대의 조선인을 형상화

 

1연
(꿈)
화자가 꿈꾸었던 행복한 삶의 모습
(즐거이, 꿈 가운데)
2연
(현실)
집과 땅을 잃고 떠도는 현실
(집 잃은 내 몸이여)
3연
(현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고통과 절망의 상황
(별빛이 아득임)
4연
(희망,의지)
현실을 극복하려는 의지
(나는 나아가리라)

 

 

희망의 (멀리서) 반짝임은, 별빛이 아득임

  :  희망의 거리감

 

* 보이는 산비탈엔 / 온 새벽 동무들 저 저혼자......산경을 김매이는.

  : 산비탈에서 동무들이 새벽부터 김매기를 하는 상황은

    유랑하는 절망적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미래를 개척하는 모습을 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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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고양이

 

봄은 고양이로다

 

 

이장희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 털에

고흔 봄의 향기가 어리우도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 눈에

밋친 봄의 불길이 흐르는도다

 

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힙술에

폭은한 봄졸음이 떠돌아라

 

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

푸른 봄의 생기가 뛰놀아라

 

 

 

 

 

 

 

* 주제 : 고양이로 형상화되는 봄의 다양한 느낌

 

* 감각적 이미지 : 시각, 후각 등

 

* 직유법, 은유법, 색채어 사용 (푸른)

 

* 유사한 통사구조의 반복 : 리듬감 형성

 

* 봄의 정경과 고양이의 외양을 통합하여 제시

고양이의 털 봄의 향기 (향긋함)
고양이 눈 봄의 불길 (생동감)
고양이 입술 봄졸음 (나른함)
고양이 수염 봄의 생기 (생동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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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타워에서

 

나그네

 

 

박목월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

 

술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 주제 : 체념과 달관의 나그네

 

* 7.5조, 3음보, 민요조

 

* 명사형의 종결어미 사용

 

* 향토적 : 강나루 밀밭 길, 남도, 술익는 마을 등

 

* 조지훈의  '완화삼'에 대한 화답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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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공원에서 본 한강

 

완화삼

 

 

조지훈       

 

 

차운 산 바위 우에 하늘은 멀어

산새가 구슬피 울음 운다

 

구름 흘러가는

물길 칠백리

 

나그네 긴 소매 꽃잎에 젖어

술익는 강마을에 저녁노을이여

 

이 밤 자면 저 마을에

꽃은 지리라

 

다정하고 한 많음도 병인 양하여

달빛 아래 고요히 흔들리며 가노니........

 

 

 

 

 

 

* 주제 : 다정다한한 나그네의 우수

 

* 완화삼 : 꽃을 사랑하는 선비의 도포자락

           ( 긴 적삼에서 풍기는 선비의 풍류스런 멋)

 

* 7.5조, 3음보, 민요조

 

* 애상적 분위기 : 시적화자는 달빛 아래 길떠나는 

     나그네의 한많음으로 작품을 마무리 하고 있다.

  (식민지 시대의 지식인의 정신적 고뇌와 연결지어 감상)

 

* 다양한 감각이미지

   청각 : 산새가 구슬피 울음 운다 ( 산새 - 감정이입)

   촉각 : 나그네 긴 소매 꽃잎에 젖어

   시각 :  구름 흘러가는~ 

              ~저녁노을이여 

              달빛 아래~

   

 

* 다정하고 한 많음도 병인 양하여

  : 이조년의  '다정가'에서 차용한 구절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이 삼경인 제

     일지춘심을 지규야 아랴마난 (알겠느냐마는)

     다정도 병인 양하야 잠못드러 하노라

 

 

* '완화삼'은 조지훈이 박목월에게 보낸 시이며,

   박목월은 화답으로 '나그네'라는 시를 써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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