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포
이형기
그대 아는가
나의 등판을
어깨서 허리까지 길게 내리친
시퍼런 칼자욱을 아는가
질주하는 전율과
전율 끝에 단말마를 꿈꾸는
벼량의 직립
그 위에 다시 벼랑은 솟는다
그대 아는가
석탄기의 종말을
그때 하늘 높이 날으던
한마리 장수잠자리의 추락을
나의 자랑은 자멸이다
무수한 복안들이
무수한 수정체가 한꺼번에
박살 나는 맹목의 물보라
그대 아는가
나의 등판에 폭포처럼 쏟아지는
시퍼런 빛줄기
2억 년 묵은 이 칼자욱을 아는가
* 주제 : 삶의 고통과 비극성에 대한 인식
* 단말마 : 임종을 달리 이르는 말,
숨이 끊어질 때의 모진 고통
* 수미상관
* 동일한 문장(시행) 반복 : 그대 아는가
* 그대 아는가/ 나(산)의 등판을(의인법)
어깨서 허리까지 길게 내리친
시퍼런 칼자욱(폭포)을 아는가
: 화자는 벼량에 떨어지는 폭포의 모습을
시퍼런 칼자욱을 떠올리며
'단말마'의 정서를 드러냄.
* 나의 자랑은 자멸이다 (역설법)
무수한 복안들이
무수한 수정체가 한꺼번에
박살 나는 맹목의 물보라
: 화자는 '폭포의 물방울'을 박살나는
장수잠자리의 '복안'에 비유함으로써
비극적인 정서를 형상화.
* 추락할 수밖에 없는 실존적한계를 인식하면서도
또 다시 하늘 높이 날고자하는 인간 존재의 비극적 모습을 드러냄
* 시지포스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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