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서서울 호수공원

 

폭포 

 

이형기

 

 

그대 아는가

나의 등판을

어깨서 허리까지 길게 내리친

시퍼런 칼자욱을 아는가

 

질주하는 전율과

전율 끝에 단말마를 꿈꾸는

벼량의 직립

그 위에 다시 벼랑은 솟는다

 

그대 아는가

석탄기의 종말을

그때 하늘 높이 날으던

한마리 장수잠자리의 추락을

 

나의 자랑은 자멸이다

무수한 복안들이

무수한 수정체가 한꺼번에

박살 나는 맹목의 물보라

 

그대 아는가

나의 등판에 폭포처럼 쏟아지는

시퍼런 빛줄기

2억 년 묵은 이 칼자욱을 아는가

 

 

 

* 주제 : 삶의 고통과 비극성에 대한 인식

 

* 단말마 : 임종을 달리 이르는 말,

         숨이 끊어질 때의 모진 고통

 

* 수미상관

* 동일한 문장(시행) 반복 : 그대 아는가

 

* 그대 아는가/ 나(산)의 등판을(의인법)

  어깨서 허리까지 길게 내리친

  시퍼런 칼자욱(폭포)을 아는가

 : 화자는 벼량에 떨어지는 폭포의 모습을

   시퍼런 칼자욱을 떠올리며

   '단말마'의 정서를 드러냄.

 

 

* 나의 자랑은 자멸이다 (역설법)

  무수한 복안들이

  무수한 수정체가 한꺼번에

  박살 나는 맹목의 물보라

 : 화자는 '폭포의 물방울'을 박살나는

  장수잠자리의 '복안'에 비유함으로써

  비극적인 정서를 형상화.

 

* 추락할 수밖에 없는 실존적한계를 인식하면서도

 또 다시 하늘 높이 날고자하는 인간 존재의 비극적 모습을 드러냄

* 시지포스 신화 

 

'하루 시한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광야 (이육사)  (0) 2022.11.23
꽃 (이육사)  (0) 2022.11.19
홀린 사람 (기형도)  (0) 2022.11.19
사령(死靈) (김수영)  (0) 2022.10.10
겨울 바다 (김남조)  (0) 2022.10.10
728x90

하늘공원

 

광야

 

 

이육사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를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

 

 

 

 

* 주제 : 민족사에 대한 전망과 현실 극복 의지

1연
(과거)
 태초의 광야 (하늘이 처음 열리고)
2연
(과거)
 광야의 신성성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3연
(과거)
 오랜시간의 흐름과 민족사의 태동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 역사가 시작되었다)
4연
(현재)
 시련의 상황과 현실 극복 의지
 ( : 시련, 일제강점기)
 (노래의 씨를 뿌려라 : 의지적)
5연
(미래)
 희망적 미래에 대한 전망과 염원
( 천고의 뒤에 백마를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1연 : 설의)

  : 어디(감히) 닭 우는 소리 들렸겠느냐

 

* 내 여기(광야)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4연 : 의지적)

 

* 백마를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노래를)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 (5연 : 희망적)

 

 

 

 

 

'하루 시한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폭포 (이형기)  (0) 2022.11.23
꽃 (이육사)  (0) 2022.11.19
홀린 사람 (기형도)  (0) 2022.11.19
사령(死靈) (김수영)  (0) 2022.10.10
겨울 바다 (김남조)  (0) 2022.10.10
728x90

 

 

 

이육사   

 

 

 

동방은 하늘도 다 끝나고

비 한 방울 나리잖는 그땅에도

오히려 꽃은 발갛게 피지 않는가

내 목숨을 꾸며 쉬임 없는 날이여

 

북쪽 툰드라에도 찬 새벽은

눈 속 깉이 꽃맹아리가 움작거려

제비 떼 까낳게 날아오길 기다리나니

마침내 저버리지 못할 약속이여!

 

한바다 복판 용솟음치는 곳

바람결 따라 타오르는 꽃 성에는

나비처럼 취하는 회상의 무리들아

오늘 내 여기서 너를 불러 보노라

 

 

 

* 주제 : 극한 상황을 이겨내고 밝은 미래를 이루려는 의지

 

* 영탄적 표현 : 각 연의 마지막 행

   ( ~날이여, ~약속이여!, ~보노라)

 

* 대립적 이미지의 상징적 시어 사용

고난과 시련의 극한 상황 강인한 생명력과 희망
 하늘도 다 끝나고,
 비 한 방울 나리잖는 그 땅,
북쪽 툰드라, 찬 새벽, 눈 속
꽃, 꽃맹아리,
제비 떼, 꽃 성 

 

* 마침내 저버리지 못할 약속이여!

 : 극한 상황에서도 꽃을 피우겠다는 약속 

   (조국 독립에 대한 화자의 확신)

 

*나비처럼 취하는 회상의 무리들아

 오늘 내 여기서 를 불러 보노라

 : 광복에 환희하는 우리민족을 상징

 

 

 

'하루 시한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폭포 (이형기)  (0) 2022.11.23
광야 (이육사)  (0) 2022.11.23
홀린 사람 (기형도)  (0) 2022.11.19
사령(死靈) (김수영)  (0) 2022.10.10
겨울 바다 (김남조)  (0) 2022.10.10
728x90

 

쌈지길

 

 

 홀린 사람

 

 

기형도      

 

 

사회자가 외쳤다

여기 일생 동안 이웃을 위해 산 분이 계시다

이웃의 슬픔은 이분의 슬픔이었고

이분의 슬픔은 이글거리는 빛이었다

사회자는 하늘을 걸고 맹세했다

이분은 자신을 위해 푸성귀 하나 심지 않았다

눈물 한 방울도 자신을 위해 흘리지 않았다

사회자는 흐느꼈다

보라, 이분은 당신들을 위해 죽을 수도 있다

그분은 일어서서 흐느끼는 사회자를 제지했다

군중들은 일제히 그분에게 박수를 쳤다

사내들은 울먹였고 감동한 여인들은 실신했다

그때 누군가 그분에게 물었다, 당신은 신인가

그분은 목소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당신은 유령인가, 목소리가 물었다

저 미치광이를 끌어내, 사회자가 소리쳤다

사내들은 달려갔고 분노한 여인들은 날뛰었다

그분은 성난 사회자를 제지했다

군중들은 일제히 그분에게 박수를 쳤다

사내들은 울먹였고 감동한 여인들은 실신했다

그분의 답변은 군중들의 아우성 때문에 들리지 않았다

 

 

 

 

* 주제 : 이성이 마비된 사회에 대한 풍자와 비판

             대중을 기만하는 지배자와 우매한 대중에 대한 비판

 

* 홀린사람 (중의적 표현)

  1. 무엇의 유혹에 빠져 정신을 차리지 못하다 : 군중들

  2. 대상을 유혹하여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하다 : 사회자와 그분

 

* 우의적, 비판, 풍자

 

* 그때 누군가 그분에게 물었다, 당신은 신인가

   그분은 목소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당신은 유령인가, 목소리가 물었다

   저 미치광이를 끌어내, 사회자가 소리쳤다

  :  비판적 질문을 통해 대상에 대한 성찰을 유도함

 

* 군중들은 일제히 그분에게 박수를 쳤다

 사내들은 울먹였고 감동한 여인들은 실신했다

 : 동일한 문장 반복

   (기만당하는 군중의 모습을 강조)

       우상화  ㅡ>
사회자
그분

<ㅡ  맹목적 추종     
군중들
그분을 우상화하며 선동함
(외쳤다, 맹세했다, 흐느꼈다)
이성을 잃고
그분의 위선에 기만당함
(울먹였고, 실신했다, 박수를 쳤다)

 

 

 

 

'하루 시한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광야 (이육사)  (0) 2022.11.23
꽃 (이육사)  (0) 2022.11.19
사령(死靈) (김수영)  (0) 2022.10.10
겨울 바다 (김남조)  (0) 2022.10.10
소야(小夜)의 노래 (오장환)  (0) 2022.10.05
728x90

사령(死靈)

김수영



......활자는 반짝거리면서 하늘 아래서
간간이
자유를 말하는데
나의 영은 죽어 있는 것이 아니냐

벗이여
그대의 말을 고개 숙이고 듣는 것이
그대는 마음에 들지 않겠지
마음에 들지 않어라

모두 다 맘에 들지 않어라
이 황혼도 저 돌벽 아래 잡초도
담장의 푸른페인트 빛도
저 고요함도 이 고요함도

그대의 정의도 우리들의 섬세도
행동이 죽음에서 나오는
이 욕된 교외에서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마음에 들지 않어라

그대는 반짝거리면서 하늘 아래서
간간이
자유를 말하는데
우스워라 나의 영은 죽어있는 것이 아니냐






* 주제 : 불의에 대항하지 못하고 무기력하고 안일한
삶을 사는 지식인의 자기 반성

* 사령 : 죽은 영혼 (양심의 죽음)
* 활자 : 자유와 정의가 적힌 책
* 자유 : 화자가 추구하는 이상

* 시대적 배경 : 1959년 자유당 독재 시절
(이러한 부당한 현실에 맞서서 행동하지 못하는
나약한 자신의 모습을 성찰, 자괴감을 드러냄)

* 마음에 들지 않어라 : 자신의 대한 반성
* 마음의 들지 않는 대상을 열거 : 3연,4연
* 우스워라 : 자조적 태도

* 수미상관

'하루 시한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 (이육사)  (0) 2022.11.19
홀린 사람 (기형도)  (0) 2022.11.19
겨울 바다 (김남조)  (0) 2022.10.10
소야(小夜)의 노래 (오장환)  (0) 2022.10.05
자화상 2 (오세영)  (0) 2022.10.05
728x90

인천 바다

 

겨울바다

 

 

김남조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미지(未知)의 새

보고 싶던 새들은 죽고 없었네

 

그대 생각을 했건만도

매운 해풍에

그 진실마저 눈물져 얼어 버리고

 

허무의

물이랑 위에 불붙어 있었네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바다에 섰었네

 

남은 날은

적지만

 

기도를 끝낸 다음

더욱 뜨거운 기도의 문이 열리는

그런 영혼을  갖게 하소서

 

남은 날은 

적지만

 

겨울바다에 가 보았지

인고(忍苦)의 물이

수심(水深) 속에 기둥을 이루고 있었네

 

 

 

 

 

* 주제 : 삶의 허무와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

 

* 소멸과 죽음의 이미지 : 불

  역경 극복과 생명의 이미지 : 물

>>  둘의 이미지를 대립시켜

      대상의 부재와 이별로 인한 상실감에서 기인한 

      허무의식을 극복하고자 하는 화자의 의지를 강조

 

* 경건한 어조 (종교적인 시어 사용)

 

* 겨울바다의 의미 변화

1연
겨울바다
절망, 허무 보고 싶던 새들 죽고 없음
4연
겨울바다
깨달음 나를 가르치는 건 시간, 끄덕이며
8연
겨울바다
희망, 의지 인고의 물이 기둥을 이룸

 

 

 

'하루 시한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홀린 사람 (기형도)  (0) 2022.11.19
사령(死靈) (김수영)  (0) 2022.10.10
소야(小夜)의 노래 (오장환)  (0) 2022.10.05
자화상 2 (오세영)  (0) 2022.10.05
나뭇잎 하나 (김광규)  (0) 2022.10.03
728x90

하늘공원, 노을

소야의 노래

 

 

오장환    

 

 

무거운 쇠사슬 끄으는 소리 내 맘의 뒤를 따르고

여기 쓸쓸한 자유는 곁에 있으나

풋풋이 흰 눈은 흩날려 이정표 썩은 막대 고이 묻히고

드런 발자욱 함부로 찍혀

오즉 치미는 미움

낯선 집 울타리에 돌을 던지니 개가 짖는다.

 

어메야, 아즉도 차디찬 묘 속에 살고 있느냐.

정월 기울어 낙엽송에 쌓인 눈 바람에 흐트러지고

산짐승의 우는 소리 더욱 처량히

개울물도 파랗게 얼어

진눈깨비는 금시에 나려 비애를 적시울 듯

도형수의 발은 무겁다.

 

 

 

 

 

* 주제 : 억압적인 현실에서 느끼는 비애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 소야(小夜) : 초저녁 

  (초저녁 이후는 깜깜한 밤이 됨 - 일제강점기 암울한 상황)

* 도형수 : 도형을 받은 죄인,

    조선시대에 죄인을 중노동에 종사시키던 형벌

 

* 1930년대인 일제의 억압이 극에 달했던 시기에

  창작된 시로, 당시 지식인으로서의 

  울분과 슬픔을 노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풋풋이 흰 눈은 흩날려 이정표 썩은 막대 고이 묻히고

 : 삶의 방향성 상실, 

* 드런 발자욱 함부로 찍혀

  오즉 치미는 미움

 : 발자욱의 주체를 타자로 본다면 미움을 치밀어오르게하는 

   일제강점기의 억압적 상황으로 볼 수 있다.

*  낯선 집 울타리에 돌을 던지니 개가 짖는다.

 :  미움의 정서로 인해 돌을 던지는 행위를 하지만(소극적인저항을 해보지만)

    개만 짖을뿐, 달라지는 것은 없는 상황

* 어메야, 아즉도 차디찬 묘 속에 살고 있느냐.

  : 화자 자신의 안식처이자 그리움의 대상인 어메와 함께

    있을 수 없는 상황 - 비애를 느낌

 

* 쓸쓸한 자유만 존재하는 삶을

  무거운 쇠사슬을 끌고 있는도형수의 삶과

  동일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하루 시한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령(死靈) (김수영)  (0) 2022.10.10
겨울 바다 (김남조)  (0) 2022.10.10
자화상 2 (오세영)  (0) 2022.10.05
나뭇잎 하나 (김광규)  (0) 2022.10.03
나룻배와 행인 (한용운)  (0) 2022.10.03
728x90

한강 갈매기

 

 

자화상2

 

 

오세영

 

 

전신이 검은 까마귀,

까마귀는 까치와 다르다.

마른 가지 끝에 높이 앉아

먼 설원을 굽어보는 저

형형한 눈,

고독한 이마 그리고 날카로운 부리,

얼어붙은 지상에는

그 어디에도 낱알 한 톨 보이지 않지만

그대 차라리 눈발을 뒤지다 굶어 죽을지언정

결코 까치처럼

인가의 안마당을 넘보진 않는다.

검을테면

철저하게 검어라. 단 한개의 깃털도

남기지 말고......

겨울 되자 온 세상 수북이 눈은 내려

저마다 하얗게 하얗게 분장 하지만

나는 

빈 가지 끝에 홀로 앉아

말없이

먼 지평선을 응시하는 한 마리

검은 까마귀가 되리라.

 

 

 

 

 

 

* 주제 : 삶에 대한 성찰을 통해 고고하고 의연한 삶을 다짐함

 

* 까마귀(고고한 존재)와 까치(세속적인 존재)의 대비 

  : 생존이나 영달을 위해 세속적인 것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화자의 의지를 보여줌.

    결코 까치처럼

    인가의 안마당을 넘보진 않는다.

  (인가의 안마당 : 까치의 현실적인 탐욕이 드러나는 공간)

 

* '낱알 한 톨' 보이지 않는 '얼어붙은 지상' 

  : 최소한의 생존마저 위협받는 공간, 열악한 상황

 

* 먼 설원, 먼 지평선 : 까마귀가 지향하는 곳

  

* 검을 테면 철저하게 검어라 : 화자가 긍정적으로 인식한 삶

 

* 겨울 되자 온 세상 수북이 은 내려

  저마다 하얗게 하얗게 분장 하지만

  : 여기서 '분장'은 자신의 본질을 감추는 삶을 나타냄

 

* 나는 ~ 검은 까마귀가 되리라

 : 의지적, 영탄법

 

 

 

'하루 시한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 바다 (김남조)  (0) 2022.10.10
소야(小夜)의 노래 (오장환)  (0) 2022.10.05
나뭇잎 하나 (김광규)  (0) 2022.10.03
나룻배와 행인 (한용운)  (0) 2022.10.03
종소리 (이재무)  (0) 2022.10.03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