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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소리

 

 

이재무     

 

 

아랫마을 성당에서 울려 퍼지는

종소리, 종소리들

그중 하나 대열에서 빠져나와

몰래 골목, 골목을 돌아

하늘 가장 가까운 마을 찾아나선다

맨발로 가파른 빙판길을 오르다,

오르다가 미끄러지고

오르다가 미끄러져

무릎 까져 피 흘리는 하나님

아랫마을 성당에서 울려 퍼지는

종소리, 종소리들

저 보이지 않는 견고한 평화의 울타리

 

 

 

 

 

 

* 주제 : 소외된 자들과 평화 사이를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벽

 

* 세태비판적, 가진자들을 위해 울리는 세속화된 종소리

 

* 성당의 종소리 = 견고한 울타리

   성당에서 평화를 상징하는 종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지만,

   아랫마을의 것일 뿐, 

   '달동네'나 '산동네'를 의미하는 '하늘 가장 가까운 마을'까지는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아랫마을 성당의 종소리
(견고한 울타리)
윗마을
성당
(평화)
하늘 가장 가까운 마을

 

* 화자는 소외받는 사람들에게까지도 도달하려는 절대자를 발견하지만

   절대자도 그들에게 도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오르다가 미끄러져

  무릎 까져 피 흘리는 하나님

 

* 우리 사회에서 소외를 겪는 사람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소틍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이야기 하는 작품

  (퍼져 나가야 할 평화의 종소리는 '하늘 가장 가까운 마을'을 소외시키고,

   아랫마을의 평화만을 보호하는 '울타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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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고양이

 

봄은 고양이로다

 

 

이장희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 털에

고흔 봄의 향기가 어리우도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 눈에

밋친 봄의 불길이 흐르는도다

 

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힙술에

폭은한 봄졸음이 떠돌아라

 

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

푸른 봄의 생기가 뛰놀아라

 

 

 

 

 

 

 

* 주제 : 고양이로 형상화되는 봄의 다양한 느낌

 

* 감각적 이미지 : 시각, 후각 등

 

* 직유법, 은유법, 색채어 사용 (푸른)

 

* 유사한 통사구조의 반복 : 리듬감 형성

 

* 봄의 정경과 고양이의 외양을 통합하여 제시

고양이의 털 봄의 향기 (향긋함)
고양이 눈 봄의 불길 (생동감)
고양이 입술 봄졸음 (나른함)
고양이 수염 봄의 생기 (생동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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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을 내려오며

 

 

 

박목월    

 

 

<나>는 

흔들리는 저울대.

시는

그것을 고누려는 추

겨우 균형이 잡히는 위치에

한 가락의 미소.

한 줌의 위안.

한 줄기의 운율.

이내 무너진다.

하늘 끝과 끝을 일렁대는 해와 달

아득한 진폭.

생활이라는 그것.

 

 

 

 

* 주제 : 절대 균형을 이루려는 시의 세계와

          늘 흔들리는 일상의 세계 사이의 긴장

 

* 나와 시의 상반된 성격 (비유)

 :    흔들리는 저울대(나) 

     그것을 균형을 잡으려는 추(시)

 

* 진폭 = 생활 : 화자 스스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자유롭지 못함

 

 

*  시를 성취하는 순간과(5~8행)

   겨우 균형이 잡히는 위치에/ 한 가락의 미소.

   한 줌의 위안./ 한 줄기의 운율.

   

   생활로 인해 그 성취가 다시 사라지게 되는 순간을(9~12행)

   이내 무너진다./ 하늘 끝과 끝을 일렁대는 해와 달

   아득한 진폭./  생활이라는 그것.

 

   형상화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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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의 나라

 

 

김광규      

 

 

언제나 안개가 짙은

안개의 나라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안개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므로

안개 속에 사노라면

안개에 익숙해져

아무것도 보려고 하지 않는다.

안개의 나라에서는 그러므로

보려고 하지 말고

들어야한다.

듣지 않으면 살 수 없으므로

귀는 자꾸 커진다.

하얀 안개의 귀를 가진 

토끼같은 사람들이

안개의 나라에 산다.

 

 

 

* 주제 : 부조리한 정치 현실에 대한 비판 의식

             자유를 추구하는 정신

 

*  1970년대의 억압적인 정치 현실 풍자

    (우회적인 표현)

 

* 안개의 나라 :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으므로

                          아무 것도 보려고 하지 않는다

 

* 안개가 짙은 : 엄격한 통제로 진실을 감추는 

                       부조리한 현실 상황을 형상화

 

* 하얀 안개의 귀를 가진 토끼같은 사람들

  : 약한 존재, 수동적, 순응적

 

* 안개 속에서 보려고 하는 적극적인 태도가 아닌,

  듣기 위해 귀만 커지는 수동적인 태도를 지닌 사람들을 비판

 

* 부정적 세계를 완전히 극복해내지 못하는 안타까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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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벌레들의 작은 귀를 생각함

 

 

김기택     

 

 

텔레비전을 끄자

풀벌레소리

어둠과 함께 방 안 가득 들어온다

어둠 속에서 들으니 벌레소리들 환하다

별빛이 묻어 더 낭랑하다

귀뚜라미나 여치 같은 큰 울음 사이에는

너무 작아 들리지 않는 소리도 있다

그 풀벌레들의 작은 귀를 생각한다

내 귀에는 들리지 않는 소리들이 드나드는

까맣고 좁은 통로들을 생각한다

그 통로의 끝에 두근거리며 매달린

여린마음들을 생각한다

발뒤꿈치처럼 두꺼운 내 귀에 부딪쳤다가

되돌아간 소리를 생각한다

브라운관이 뿜어낸 현란한 빛이 

내눈과 귀를 두껍게 채우는 동안

그 울음소리들은 수없이 나에게 왔다가 

너무 단단한 벽에 놀라 되돌아 갓을 것이다

하루살이들처럼 전등에 부딪쳤다가 

바닥에 새카맣게 떨어졌을 것이다

크게 밤공기를 들이쉬니

허파 속으로 그 소리들이 들어온다

허파도 별빛이 묻어 조금은 환해진다

 

 

 

 

 

* 주제 : 문명적 삶에 대한 반성과 자연과의 교감

 

* 자연에 존재하는 작지만 소중한 것들의 가치를 잊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내면을 성찰하고 있는 시이다.

 

* 화자는 텔레비전(문명)을 끄고, 풀벌레 소리(자연)에 귀를 기울인다.

  이러한 시도를 통해 그 소리에 담긴 생명의 힘을 자신의 내면으로 받아들인다.

  이는 '허파도 별빛이 묻어 조금은 환해'지는 상황으로 표현하고 있다.

  

텔레비전을 끔

밤공기를 크게 들이쉼
풀벌레
텔레비전
(현란한 빛)
풀벌레 소리
(별빛)
두꺼운 내 귀 작은 귀
단단한 벽 여린마음

 

* 벌레 소리들 환하다 : 공감각 ( 청각의 시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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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타리 밖

 

 

박용래      

 

 

 

머리가 마늘쪽같이 생긴 고향의 소녀와

한여름을 알몸으로 사는 고향의 소년과

같이 낯이 설어도 사랑스러운 들길이 

있다

 

그 길에 아지랑이가 피듯 태양이 타듯

제비가 날듯 길을 따라 물이 흐르듯 그렇게 

그렇게

 

천연히

 

울타리 밖에도 화초를 심는 마을이 있다

오래오래 잔광이 부신 마을이 있다

밤이면 더 많이 별이 뜨는 마을이 있다

 

 

 

* 주제 : 자연을 닮아 이웃과 함께 하는 삶의 순수성과 본래성

 

* 천연히 : 생긴 그대로, 조금도 꾸밈없이 

             ( 하나의 시어로 연을 이룸 = 시상 집약, 호흡조절 )

 

* 1연 : 행간 걸침 ( ~소년과 / 같이 ~ )

      같이의 의미 :  1. like (~처럼)   

                                 2. together (~함께)

   4연 : ~마을이 있다 = 반복, 공간을 부각 (인위적이지 않은 마을을 부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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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가

 

박재삼    

 

 

 

집을 치면, 정화수 잔잔한 위에 아침마다 새로생기는 물방울은 신선한 우물집이었을레.또한 윤이나는 마루의, 그 끝의 평상의, 갈앉은 뜨락의, 물냄새 창창한 그런 집이었을레. 서방님은 바람 같단들 어느 때고 바람은 어려 올 따름, 그 옆에 순순한 스러지는 물방울의 찬란한 춘향이 마음 아니었을레.

 

하루에 몇 번쯤 푸른 산 언덕들을 눈 아래 보았을까나. 그러면 그때마다 일렁여 오는 푸른 그리움에 어울려, 흐느껴 물살 짓는 어깨가 얼마쯤 하였을까나, 진실로, 우리가 받들 산신령은 그 어디 있을까마는, 산과 언덕들의 만 리 같은 물살을 굽어보는, 춘향은 바람에 어울린 수정빛 임자가 아니었을까나.

 

 

 

* 주제 : 임을 향한 춘향의 간절한 그리움

 

* 집을 치면~ : 춘향이 마음을 집으로 비유하자면~

 

* 종결어미 반복 : ~었을레(1연), ~ㄹ까나(2연)  

* 색채어 사용 : 푸른 산, 푸른 그리움, 수정 빛 등 

* 감각이미지 : 색채어 사용(시각) , 물냄새 창창한~(후각)

 

 

** 모든 문학 작품은 잠재적으로나 현상적으로 다른 작품의 영향을 받게 되는데,

   이때 그 영향을 주고 받는 관계에서 상호텍스트성이 성립한다.

 

** 박재삼의 수정가의 경우, 춘향전을 모티프로 춘향이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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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밭은 아니고...캣닢 싹

 

 

파밭가에서

 

 

김수영   

 

 

 

 

 

 삶은 계란의 껍질이 

 벗겨지듯

 묵은 사랑이

 벗겨질 때

 붉은 파밭의 푸른 새싹을 보아라

 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

 

 

 먼지 앉은 석경 너머로

 너의 그림자가

 움직이듯

 묵은 사랑이

 움직일 때

 붉은 파밭의 푸른 새싹을 보아라

 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

 

 

 새벽에 준 조로의 물이

 대낮이 지나도록 마르지 않고

 젖어 있듯이

 묵은 사람이 뉘우치는 마음 한복판에

 젖어 있을 때

 붉은 파밭의 푸른 새싹을 보아라

 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

 

 

 

 

 

 * 주제 : 묵은 사랑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랑을 추구하려는 의지

 

 * 동일한 문장 구조 반복

    붉은 파밭의 푸른 새싹을 보아라

    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

 

 * 역설 : 얻는 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

             (묵은 것을 버려야 새로 얻을 수 있다)

 

  * 대조

1연 삶은 계란 껍질, 묵은 사랑 (벗겨짐) 푸른 새싹
2연 너의 그림자, 묵은 사랑 (움직임)
3연 조로의 물, 묵은 사랑 (젖어 있음)

 

 

* 너의 그림자가 움직이듯 묵은 사랑이 움직일 때

  :  희미하고 실체가 없는(그림자) 묵은 사랑의 대한 기억이 떠오를 때

 

 * 새벽에 준 조로의 물이 대낮이 지나도록 마르지 않고 젖어 있듯이

  :  묵은 사랑의 낡은 가치관이 사라지지 않음

 

* 묵은 사랑이 뉘우치는 마음의 한복판에 젖어 있을 때

  : 낡은 가치관을 떨쳐 내려는 것을 후회 할 때 (미련을 버리지 못할 때)

 

 

 

* 화자는 붉은 파밭에서 돋아나는 푸른 새싹을 보며 묵은 것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새롭게 변화 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고 있다.

 

* 이를 통해 작가는 부조리한 사회 현실에서 꿈꿨던 

   새로운 세상에 열망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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