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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후일

김소월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때에 잊었노라






* 주제 : 떠난 임에 대한 강한 그리움

* ~ 잊었노라 : 반어, 반복

과거 현재 미래
(사실은 못 잊었음) (지금도 못 잊음) (잊겠다고 말하지만 못 잊음)


* 글자수 3-3-4, 3음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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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 한옥마을에서

 

참깨를 털면서

 

 

김준태        

 

 

 

산그늘 내린 밭 귀퉁이에서 할머니와 참깨를 턴다.

보아하니 할머니는 슬슬 막대기질을 하지만

어두워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젊은 나는

한번을 내리치는 데도 힘을 더한다.

세상사에는 흔히 맛보기가 어려운 쾌감이 

참깨를 털어 대는 일엔 희한하게 있는 것 같다.

한 번을 내리쳐도 셀 수 없이

솨아솨아 쏟아지는 무수한 흰 알맹이들

도시에서 십년을 가차이 살아 본 나로선

기가 막히게 신나는 일인지라

휘파람을 불어 가며 몇 다발이고 연이어 털어 댄다.

사람도 아무 곳에나 한 번만 기분 좋게 내려치면

참깨처럼 솨아솨아 쏟아지는 것들이

얼마든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정신없이 털다가

"아가, 모가지까지 털어져선 안 되느리라."

할머니의 가엾어하는 꾸중을 듣기도 했다.

 

 

 

 

* 주제 : 참깨를 털며 할머니께서 배운 삶의 자세

            (순리에 따르는 삶에 대한 깨달음)

 

* 알생경험을 소재로 하여 삶에 대한 깨달음을 형상화

* 음성상징어 : 슬슬, 솨아솨아 

* 직접 인용 : "아가, 모가지까지 털어져선 안 되느리라."  (시상전환)

 

 

대조 할머니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젊은 나 슬슬 막대기질을 하심
한번을 내리치는 데도 힘을 더한다(쾌감)
세속적 가치 순리에 따른 삶
빠른 결과물 추구 여유있는 삶의 태도
도시 농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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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 한옥마을


병원

윤동주





살구나무 그늘로 얼굴을 가리고 병원 뒤뜰에 누워, 젊은 여자가 흰옷 아래로 하얀 다리를 드러내놓고 일광욕을 한다. 한나절이 기울도록 가슴을 앓는다는 이 여자를 찾아오는 이, 나비 한 마리도 없다. 슬프지도 않은 살구나무 가지에는 바람도 없다.

나도 모를 아픔을 오래 참다 처음으로 이곳에 찾아왔다. 그러나 나의 늙은 의사는 젊은이의 병을 모른다. 나한테는 병이 없다고 한다. 이 지나친 시련이 이 지나친 피로, 나는 성내서는 안된다.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깃을 여미고 화단에서 금잔화 한포기를 따 가슴에 꽂고 병실 안으로 사라진다. 나는 그 여자의 건강이ㅡ 아니 내 건강도 속히 회복되기를 바라며 그가 누웠던 자리에 누워본다.





* 주제 : 고독에 대한 동질감과 치유에 대한 소망


* 화자는 병원에서 본 '여자'의 모습에 주목하고, '여자'의 아픔에 비추어
자신의 처지를 성찰하며, '여자'가 지닌 치유에 대한 공감을 소망한다.

* 병원은 폐쇠된 공간으로 일제 강점기의 답답한 현실을 반영한 공간이다.

*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깃을 여미고 화단에서
금잔화 한포기를 따 가슴에 꽂고 병실 안으로 사라진다.
: 화자는 여자에게서 회복에 대한 소망을 읽어냄

* 나는 그 여자의 건강이ㅡ 아니 내 건강도
속히 회복되기를 바라며 그가 누웠던 자리에 누워본다.
: 여자와 자신의 동질성을 느낌, 그리고 나역시 회복되기를 소망함.


** 2017년 9월 모의고사에 나온 작품으로,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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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 꽃 (호수공원에서)

 

사랑스런 추억

 

 

윤동주     

 

 

 

봄이 오던 아침, 서울 어느 쪼그만 정거장에서

희망과 사랑처럼 기차를 기다려

 

나는 플랫폼에 간신한 그림자를 떨어트리고

담배를 피웠다.

 

내 그림자는 담배 연기 그림자를 날리고

비둘기 한 떼가 부끄러울 것도 없이

나래 속을 속, 속, 햇빛에 비춰, 날았다.

 

기차는 아무 새로운 소식도 없이

나를 멀리 실어다 주어,

 

봄은 다가고ㅡ 동경 교외 어느 조용한 하숙방에서,

옛거리에 남은 나를 희망과 사랑처럼 그리워 한다.

 

오늘도 기차는 몇번이나 무의미하게 지나가고,

 

오늘도 나는 누구를 기다려 정거장 기차를 

언덕에서 서성거릴게다.

 

ㅡ 아아 젊음은 오래 거기 남아 있거라.

 

 

 

* 주제 : 희망을 잃어버린 현실 극복에 대한 소망과 의지

 

* '사랑스런 추억'은 윤동주 시인이 일본 유학 시절에 쓴 시이다.

  사랑과 희망을 품과 동경을 향하던 과거의 화자와 

  그때처럼 사랑과 희망을 잃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현재의 화자를 보여준다.

 

 

* 봄이 오던 아침 (희망과 사랑처럼, 과거)

   -->  봄은 다 가고 (기차가 무의미하게 지나가는 현재의 시간, 암울한 현실)

 

* 오늘도 나는 누구를 기다려 정거장 기차를

   언덕에서 서성거릴게다.

   (서울에서 '희망과 사랑'처럼 기차를 기다리던 나의 모습과 유사함=희망을 잃지 않겠다)

 

아아 젊음은 오래 거기 남아 있거라

   : 비록 자신이 꿈꾸던 유학생활이 아닐 지라도 

     사랑과 희망을 결코 잊지 않겠다는 소망과 의지를 보여준다.

 

 

**  2020년 수능에 윤동주의 '바람이 불어'라는 시가 출제되었다..

   윤동주 시인의 작품은 언제 출제되어도 이상하지 않기 때문에 

   수험생이라면 윤동주의 다른 시들도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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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공원

 

 

쉽게 씌어진 시

 

 

윤동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 첩 방은 남의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 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ㅡ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들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 첩 방은 남의 나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희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 주제 : 암울한 시대 현실 속에서의 지식인의 고뇌와 현실 극복 의지

 

*  자기 성찰적 어조, 고백적 어조 (윤동주 대부분의 시의 가장 큰 특징)

 

* 시상의 전환  : 1연 밤비 (쓸쓸한 심정 고조) ------> 8연 밤비 (성찰의 계기)     

                          1~7연 (부끄러움)  ---> 8~10연 (의지적)

 

*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 인생을 쉽게 사는 것 같아서,

   인생을 표현하는 시를 쉽게 쓰는 것이 부끄럽다)

 

*  '동주'라는 영화가 개봉당시 영화관에서 본 적이 있다. 

   그 영화를 보면서 윤동주 시인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  시가 되었든 소설이 되었든

   관련된 영화나 다큐 등 좋은 영상들을 보면,

   문학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므로

   다양한 자료들을 찾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영화 동주 포스터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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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흥부 부부상 

  

 

박재삼   

 

 

 

흥부 부부가 박덩이를 사이하고

가르기 전에 건넨 웃음 살을 헤아려 보라.

 

금이 문제리

황금 벼이삭이 문제리

웃음의 물살이 반짝이며 정갈하던

그것이 확실히 문제다.

 

없는 떡박아 소리도 

있는 듯이 들어내고

손발 닿은 처지게리

같이 웃어 비추던 거울 면들아.

 

웃다가 서로 불쌍해

서로 구슬을 나누었으리.

그러다 금시

절로 면에 온 구슬까지 서로 부끄리며

먼 물살이 가다가 소스라쳐 반짝이듯

서로 소스라쳐

본웃음 물살을 지었다고 헤아려 보라.

그것이 확실히 문제다.

 

 

 

 

 

* 주제 : 흥부 부부의 가난한 삶의 애환과 소박한 행복

 

*  그것이 확실히 문제다 : 단정적 어조, 동일한 문장 구조 반복

* 서로 구슬을 나누었으리 : 여기서 '구슬'은 '눈물'을 상징

 

*  물질적 가치보다는,  정신적 가치의 소중함을 드러내고 있다.

   가난한 삶을 살지만, 박을 가르기 전

   부부가 서로를 보며 웃기도 울기도 하는 행복한 모습이 나타난다.

 

*  박재삼의 '수정가'처럼 고전을 모티프로 쓴 시

 

 

**  상호 텍스트성을 고려하여 작품을 감상하는 것을 추천한다.

 

*** 작가연계를 고려하여 2023 수능을 준비하는 수험생들도 감상해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시를 달달 외우기보다는 천천히 읽으면서,  시의 흐름과 의미를 생각해보는 것이 공부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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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가

 

박재삼    

 

 

 

집을 치면, 정화수 잔잔한 위에 아침마다 새로생기는 물방울은 신선한 우물집이었을레.또한 윤이나는 마루의, 그 끝의 평상의, 갈앉은 뜨락의, 물냄새 창창한 그런 집이었을레. 서방님은 바람 같단들 어느 때고 바람은 어려 올 따름, 그 옆에 순순한 스러지는 물방울의 찬란한 춘향이 마음 아니었을레.

 

하루에 몇 번쯤 푸른 산 언덕들을 눈 아래 보았을까나. 그러면 그때마다 일렁여 오는 푸른 그리움에 어울려, 흐느껴 물살 짓는 어깨가 얼마쯤 하였을까나, 진실로, 우리가 받들 산신령은 그 어디 있을까마는, 산과 언덕들의 만 리 같은 물살을 굽어보는, 춘향은 바람에 어울린 수정빛 임자가 아니었을까나.

 

 

 

* 주제 : 임을 향한 춘향의 간절한 그리움

 

* 집을 치면~ : 춘향이 마음을 집으로 비유하자면~

 

* 종결어미 반복 : ~었을레(1연), ~ㄹ까나(2연)  

* 색채어 사용 : 푸른 산, 푸른 그리움, 수정 빛 등 

* 감각이미지 : 색채어 사용(시각) , 물냄새 창창한~(후각)

 

 

** 모든 문학 작품은 잠재적으로나 현상적으로 다른 작품의 영향을 받게 되는데,

   이때 그 영향을 주고 받는 관계에서 상호텍스트성이 성립한다.

 

** 박재삼의 수정가의 경우, 춘향전을 모티프로 춘향이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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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밭은 아니고...캣닢 싹

 

 

파밭가에서

 

 

김수영   

 

 

 

 

 

 삶은 계란의 껍질이 

 벗겨지듯

 묵은 사랑이

 벗겨질 때

 붉은 파밭의 푸른 새싹을 보아라

 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

 

 

 먼지 앉은 석경 너머로

 너의 그림자가

 움직이듯

 묵은 사랑이

 움직일 때

 붉은 파밭의 푸른 새싹을 보아라

 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

 

 

 새벽에 준 조로의 물이

 대낮이 지나도록 마르지 않고

 젖어 있듯이

 묵은 사람이 뉘우치는 마음 한복판에

 젖어 있을 때

 붉은 파밭의 푸른 새싹을 보아라

 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

 

 

 

 

 

 * 주제 : 묵은 사랑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랑을 추구하려는 의지

 

 * 동일한 문장 구조 반복

    붉은 파밭의 푸른 새싹을 보아라

    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

 

 * 역설 : 얻는 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

             (묵은 것을 버려야 새로 얻을 수 있다)

 

  * 대조

1연 삶은 계란 껍질, 묵은 사랑 (벗겨짐) 푸른 새싹
2연 너의 그림자, 묵은 사랑 (움직임)
3연 조로의 물, 묵은 사랑 (젖어 있음)

 

 

* 너의 그림자가 움직이듯 묵은 사랑이 움직일 때

  :  희미하고 실체가 없는(그림자) 묵은 사랑의 대한 기억이 떠오를 때

 

 * 새벽에 준 조로의 물이 대낮이 지나도록 마르지 않고 젖어 있듯이

  :  묵은 사랑의 낡은 가치관이 사라지지 않음

 

* 묵은 사랑이 뉘우치는 마음의 한복판에 젖어 있을 때

  : 낡은 가치관을 떨쳐 내려는 것을 후회 할 때 (미련을 버리지 못할 때)

 

 

 

* 화자는 붉은 파밭에서 돋아나는 푸른 새싹을 보며 묵은 것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새롭게 변화 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고 있다.

 

* 이를 통해 작가는 부조리한 사회 현실에서 꿈꿨던 

   새로운 세상에 열망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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