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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死靈)

김수영



......활자는 반짝거리면서 하늘 아래서
간간이
자유를 말하는데
나의 영은 죽어 있는 것이 아니냐

벗이여
그대의 말을 고개 숙이고 듣는 것이
그대는 마음에 들지 않겠지
마음에 들지 않어라

모두 다 맘에 들지 않어라
이 황혼도 저 돌벽 아래 잡초도
담장의 푸른페인트 빛도
저 고요함도 이 고요함도

그대의 정의도 우리들의 섬세도
행동이 죽음에서 나오는
이 욕된 교외에서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마음에 들지 않어라

그대는 반짝거리면서 하늘 아래서
간간이
자유를 말하는데
우스워라 나의 영은 죽어있는 것이 아니냐






* 주제 : 불의에 대항하지 못하고 무기력하고 안일한
삶을 사는 지식인의 자기 반성

* 사령 : 죽은 영혼 (양심의 죽음)
* 활자 : 자유와 정의가 적힌 책
* 자유 : 화자가 추구하는 이상

* 시대적 배경 : 1959년 자유당 독재 시절
(이러한 부당한 현실에 맞서서 행동하지 못하는
나약한 자신의 모습을 성찰, 자괴감을 드러냄)

* 마음에 들지 않어라 : 자신의 대한 반성
* 마음의 들지 않는 대상을 열거 : 3연,4연
* 우스워라 : 자조적 태도

* 수미상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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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공원의 자라들

 

나룻배와 행인

 

 

한용운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옅으나 급한 여울을 건너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으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물만 건너면 나를 돌아보지도 않고 가십니다그려.

 

그러나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 줄만은 알아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날마다 낡아갑니다.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 주제 : 임에 대한 기다림과 헌신적인 사랑

 

* 화자의 기다림

 : 사랑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적극적인 기다림

 

* 경어체 사용 (~ㅂ니다)

* 수미 상관,  비유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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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바다

 

삼수갑산

-치안서선생삼수갑산운-

 

 

김소월   

 

 

삼수갑산 내 왜 왔노 삼수갑산이 어디뇨

오고가니 기험타 아하 물도 많고 산 첩첩이라 아하하

 

내 고향을 도로 가자 내 고향을 내 못 가네

삼수갑산 멀더라 아하 촉도지난이 예로구나 아하하

 

삼수갑산이 어디뇨 내가오고 내 못가네

불귀로다 내 고향 아하 새가 되면 떠가리라 아하하

 

님 계신 곳 내 고향을 내 못 가네 내 못 가네

오다가다 야속타 아하 삼수 갑산이 날 가두었네 아하하

 

내 고향을 가고지고 오호 삼수갑산 날 가두었네

불귀로다 내 몸이야 아하 삼수갑산 못벗어난다 아하하

 

 

 

 

 

* 주제 : 벗어나려해도 벗어날 수 없는 절망적인 삶의 현실에 대한 탄식

        (고향에 대한 그리움)

 

* 치안서선생삼수갑산운

  : 스승(김억)이 보낸 시 '삼수갑산'에 운을 붙여 보낸 답시

 

* 삼수갑산 : 우리나라에서 가장 험한 산골이라 이르던 삼수와 갑산

  (조선시대 귀양지 중 하나 - 함경도 북서쪽)

* 불귀 : 돌아오지 아니함, 돌아가지 아니함, 죽음(비유적)

* 촉도지난 : 촉나라로 가는 길의 어려움

* 도 많고 첩첩이라 : 방해물, 장애물

   (고향으로 돌아가기 힘들게 하는 요소)

 

* 아하, 아하하 : 절망감을 드러내는 탄식, 반복 

* 삼수갑산이 날 가두었네 : 주객전도, 의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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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타워에서

 

나그네

 

 

박목월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

 

술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 주제 : 체념과 달관의 나그네

 

* 7.5조, 3음보, 민요조

 

* 명사형의 종결어미 사용

 

* 향토적 : 강나루 밀밭 길, 남도, 술익는 마을 등

 

* 조지훈의  '완화삼'에 대한 화답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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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다리저는 사람 

 

 

김기택    

 

 

꼿꼿하게 걷는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그는 춤추는 사람처럼 보였다.

한 걸음 옮길때마다.

그는 앉았다 일어서듯이 다리를 구부렸고

그때마다 윗몸은 반쯤 쓰러졌다 일어났다.

그 요란하고 기이한 걸음은

지하철 역사가 적막해지도록 조용하게 걸었다.

어깨에 매달린 가방도

함께 소리를 죽여 힘차게 흔들렸다.

못 걷는 다리 하나를 위하여

온몸이 다리가 되어 흔들어주고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기둥이 되어 우람하게 서 있는데

그 빽빽한 기둥 사이로

그만 홀로 팔랑팔랑 지나가고 있었다.

 

 

 

 

 

* 주제 : 다리 저는 사람의 역동적 걸음

 

수많은 사람들 대조
꼿꼿하게 걸음 요란하고 기이한 걸음
우람하게 서 있음 힘차게 흔들림
빽빽한 기둥 팔랑팔랑
  춤추는 사람

 

* 그만 홀로 팔랑팔랑 지나가고 있었다

  : 유연함, 생동감 (긍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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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을 내려오면서



연시

박용래



여름 한 낮
비름잎에
꽃힌 땡볕이
이웃 마을
돌담 위
연시로 익다
한쪽 볼
서리에 묻고
깊은 잠 자다
눈 오는 어느날
깨어나
제상 아래
심지 머금은
종발로 빛나다





* 주제 : 생명력이 충만한 연시의 아름다움을 통해
자연의 오묘한 이치를 접하는 감동

* 종발 : 그릇 / 제상 : 제사상

* 계절의 변화 : 여름 - 가을- 겨울

* 감 ----------- > 연시 (성숙)
    (땡볕, 서리)

* 담담한 어조
** 거대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진행되는 자연의 오묘한 조화와

   인간과 자연의 만남을 아름답게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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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섭지코지



먼후일

김소월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때에 잊었노라






* 주제 : 떠난 임에 대한 강한 그리움

* ~ 잊었노라 : 반어, 반복

과거 현재 미래
(사실은 못 잊었음) (지금도 못 잊음) (잊겠다고 말하지만 못 잊음)


* 글자수 3-3-4, 3음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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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흥부 부부상 

  

 

박재삼   

 

 

 

흥부 부부가 박덩이를 사이하고

가르기 전에 건넨 웃음 살을 헤아려 보라.

 

금이 문제리

황금 벼이삭이 문제리

웃음의 물살이 반짝이며 정갈하던

그것이 확실히 문제다.

 

없는 떡박아 소리도 

있는 듯이 들어내고

손발 닿은 처지게리

같이 웃어 비추던 거울 면들아.

 

웃다가 서로 불쌍해

서로 구슬을 나누었으리.

그러다 금시

절로 면에 온 구슬까지 서로 부끄리며

먼 물살이 가다가 소스라쳐 반짝이듯

서로 소스라쳐

본웃음 물살을 지었다고 헤아려 보라.

그것이 확실히 문제다.

 

 

 

 

 

* 주제 : 흥부 부부의 가난한 삶의 애환과 소박한 행복

 

*  그것이 확실히 문제다 : 단정적 어조, 동일한 문장 구조 반복

* 서로 구슬을 나누었으리 : 여기서 '구슬'은 '눈물'을 상징

 

*  물질적 가치보다는,  정신적 가치의 소중함을 드러내고 있다.

   가난한 삶을 살지만, 박을 가르기 전

   부부가 서로를 보며 웃기도 울기도 하는 행복한 모습이 나타난다.

 

*  박재삼의 '수정가'처럼 고전을 모티프로 쓴 시

 

 

**  상호 텍스트성을 고려하여 작품을 감상하는 것을 추천한다.

 

*** 작가연계를 고려하여 2023 수능을 준비하는 수험생들도 감상해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시를 달달 외우기보다는 천천히 읽으면서,  시의 흐름과 의미를 생각해보는 것이 공부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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