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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소리

 

 

이재무     

 

 

아랫마을 성당에서 울려 퍼지는

종소리, 종소리들

그중 하나 대열에서 빠져나와

몰래 골목, 골목을 돌아

하늘 가장 가까운 마을 찾아나선다

맨발로 가파른 빙판길을 오르다,

오르다가 미끄러지고

오르다가 미끄러져

무릎 까져 피 흘리는 하나님

아랫마을 성당에서 울려 퍼지는

종소리, 종소리들

저 보이지 않는 견고한 평화의 울타리

 

 

 

 

 

 

* 주제 : 소외된 자들과 평화 사이를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벽

 

* 세태비판적, 가진자들을 위해 울리는 세속화된 종소리

 

* 성당의 종소리 = 견고한 울타리

   성당에서 평화를 상징하는 종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지만,

   아랫마을의 것일 뿐, 

   '달동네'나 '산동네'를 의미하는 '하늘 가장 가까운 마을'까지는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아랫마을 성당의 종소리
(견고한 울타리)
윗마을
성당
(평화)
하늘 가장 가까운 마을

 

* 화자는 소외받는 사람들에게까지도 도달하려는 절대자를 발견하지만

   절대자도 그들에게 도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오르다가 미끄러져

  무릎 까져 피 흘리는 하나님

 

* 우리 사회에서 소외를 겪는 사람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소틍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이야기 하는 작품

  (퍼져 나가야 할 평화의 종소리는 '하늘 가장 가까운 마을'을 소외시키고,

   아랫마을의 평화만을 보호하는 '울타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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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공원에서

 

 

바라건대는 우리에게 우리의 보습 대일 땅이 있었더면

 

 

김소월    

 

 

나는 꿈꾸었노라, 동물들과 내가 가지런히

벌 가의 하루 일을 다 마치고

석양에 마을로 돌아오는 꿈을,

즐거이, 꿈 가운데.

 

그러나 집 잃은 내 몸이여,

바라건대는 우리에게 우리의 보습 대일 땅이 있었더면!

이처럼 떠돌으랴, 아침에 저물손에

새라 새로운 탄식을 얻으면서,

 

동이랴, 남북이랴,

내 몸은 떠나가니, 볼지어다,

희망의 반짝임은, 별빛이 아득임은,

물결뿐 떠올라라, 가슴에 팔다리에.

 

그러나 어쩌면 황송한 이 심정을! 날로 나날이 내앞에는

자칫 가늘은 길이 이어가라. 나는 나아가리라

한 걸음, 또 한걸음. 보이는 산비탈엔

온 새벽 동무들 저 저혼자......산경을 김매이는.

 

 

 

 

 

 

* 주제 : 땅을 잃은 농민의 슬픔과 땅을 되찾고자 하는 의지

 

* 보습 : 쟁기

* 보습 대일 땅 : 화자가 평화롭게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다고 여기는 공간

* 작품의 화자는 일제 강점기에 집도 잃고 농사지을 땅하나 없는

   떠돌이 신세로 유랑하던 당대의 조선인을 형상화

 

1연
(꿈)
화자가 꿈꾸었던 행복한 삶의 모습
(즐거이, 꿈 가운데)
2연
(현실)
집과 땅을 잃고 떠도는 현실
(집 잃은 내 몸이여)
3연
(현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고통과 절망의 상황
(별빛이 아득임)
4연
(희망,의지)
현실을 극복하려는 의지
(나는 나아가리라)

 

 

희망의 (멀리서) 반짝임은, 별빛이 아득임

  :  희망의 거리감

 

* 보이는 산비탈엔 / 온 새벽 동무들 저 저혼자......산경을 김매이는.

  : 산비탈에서 동무들이 새벽부터 김매기를 하는 상황은

    유랑하는 절망적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미래를 개척하는 모습을 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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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을 내려오며

 

 

 

박목월    

 

 

<나>는 

흔들리는 저울대.

시는

그것을 고누려는 추

겨우 균형이 잡히는 위치에

한 가락의 미소.

한 줌의 위안.

한 줄기의 운율.

이내 무너진다.

하늘 끝과 끝을 일렁대는 해와 달

아득한 진폭.

생활이라는 그것.

 

 

 

 

* 주제 : 절대 균형을 이루려는 시의 세계와

          늘 흔들리는 일상의 세계 사이의 긴장

 

* 나와 시의 상반된 성격 (비유)

 :    흔들리는 저울대(나) 

     그것을 균형을 잡으려는 추(시)

 

* 진폭 = 생활 : 화자 스스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자유롭지 못함

 

 

*  시를 성취하는 순간과(5~8행)

   겨우 균형이 잡히는 위치에/ 한 가락의 미소.

   한 줌의 위안./ 한 줄기의 운율.

   

   생활로 인해 그 성취가 다시 사라지게 되는 순간을(9~12행)

   이내 무너진다./ 하늘 끝과 끝을 일렁대는 해와 달

   아득한 진폭./  생활이라는 그것.

 

   형상화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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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의 나라

 

 

김광규      

 

 

언제나 안개가 짙은

안개의 나라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안개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므로

안개 속에 사노라면

안개에 익숙해져

아무것도 보려고 하지 않는다.

안개의 나라에서는 그러므로

보려고 하지 말고

들어야한다.

듣지 않으면 살 수 없으므로

귀는 자꾸 커진다.

하얀 안개의 귀를 가진 

토끼같은 사람들이

안개의 나라에 산다.

 

 

 

* 주제 : 부조리한 정치 현실에 대한 비판 의식

             자유를 추구하는 정신

 

*  1970년대의 억압적인 정치 현실 풍자

    (우회적인 표현)

 

* 안개의 나라 :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으므로

                          아무 것도 보려고 하지 않는다

 

* 안개가 짙은 : 엄격한 통제로 진실을 감추는 

                       부조리한 현실 상황을 형상화

 

* 하얀 안개의 귀를 가진 토끼같은 사람들

  : 약한 존재, 수동적, 순응적

 

* 안개 속에서 보려고 하는 적극적인 태도가 아닌,

  듣기 위해 귀만 커지는 수동적인 태도를 지닌 사람들을 비판

 

* 부정적 세계를 완전히 극복해내지 못하는 안타까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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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벌레들의 작은 귀를 생각함

 

 

김기택     

 

 

텔레비전을 끄자

풀벌레소리

어둠과 함께 방 안 가득 들어온다

어둠 속에서 들으니 벌레소리들 환하다

별빛이 묻어 더 낭랑하다

귀뚜라미나 여치 같은 큰 울음 사이에는

너무 작아 들리지 않는 소리도 있다

그 풀벌레들의 작은 귀를 생각한다

내 귀에는 들리지 않는 소리들이 드나드는

까맣고 좁은 통로들을 생각한다

그 통로의 끝에 두근거리며 매달린

여린마음들을 생각한다

발뒤꿈치처럼 두꺼운 내 귀에 부딪쳤다가

되돌아간 소리를 생각한다

브라운관이 뿜어낸 현란한 빛이 

내눈과 귀를 두껍게 채우는 동안

그 울음소리들은 수없이 나에게 왔다가 

너무 단단한 벽에 놀라 되돌아 갓을 것이다

하루살이들처럼 전등에 부딪쳤다가 

바닥에 새카맣게 떨어졌을 것이다

크게 밤공기를 들이쉬니

허파 속으로 그 소리들이 들어온다

허파도 별빛이 묻어 조금은 환해진다

 

 

 

 

 

* 주제 : 문명적 삶에 대한 반성과 자연과의 교감

 

* 자연에 존재하는 작지만 소중한 것들의 가치를 잊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내면을 성찰하고 있는 시이다.

 

* 화자는 텔레비전(문명)을 끄고, 풀벌레 소리(자연)에 귀를 기울인다.

  이러한 시도를 통해 그 소리에 담긴 생명의 힘을 자신의 내면으로 받아들인다.

  이는 '허파도 별빛이 묻어 조금은 환해'지는 상황으로 표현하고 있다.

  

텔레비전을 끔

밤공기를 크게 들이쉼
풀벌레
텔레비전
(현란한 빛)
풀벌레 소리
(별빛)
두꺼운 내 귀 작은 귀
단단한 벽 여린마음

 

* 벌레 소리들 환하다 : 공감각 ( 청각의 시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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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공원

 

 

쉽게 씌어진 시

 

 

윤동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 첩 방은 남의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 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ㅡ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들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 첩 방은 남의 나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희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 주제 : 암울한 시대 현실 속에서의 지식인의 고뇌와 현실 극복 의지

 

*  자기 성찰적 어조, 고백적 어조 (윤동주 대부분의 시의 가장 큰 특징)

 

* 시상의 전환  : 1연 밤비 (쓸쓸한 심정 고조) ------> 8연 밤비 (성찰의 계기)     

                          1~7연 (부끄러움)  ---> 8~10연 (의지적)

 

*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 인생을 쉽게 사는 것 같아서,

   인생을 표현하는 시를 쉽게 쓰는 것이 부끄럽다)

 

*  '동주'라는 영화가 개봉당시 영화관에서 본 적이 있다. 

   그 영화를 보면서 윤동주 시인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  시가 되었든 소설이 되었든

   관련된 영화나 다큐 등 좋은 영상들을 보면,

   문학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므로

   다양한 자료들을 찾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영화 동주 포스터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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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밭은 아니고...캣닢 싹

 

 

파밭가에서

 

 

김수영   

 

 

 

 

 

 삶은 계란의 껍질이 

 벗겨지듯

 묵은 사랑이

 벗겨질 때

 붉은 파밭의 푸른 새싹을 보아라

 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

 

 

 먼지 앉은 석경 너머로

 너의 그림자가

 움직이듯

 묵은 사랑이

 움직일 때

 붉은 파밭의 푸른 새싹을 보아라

 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

 

 

 새벽에 준 조로의 물이

 대낮이 지나도록 마르지 않고

 젖어 있듯이

 묵은 사람이 뉘우치는 마음 한복판에

 젖어 있을 때

 붉은 파밭의 푸른 새싹을 보아라

 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

 

 

 

 

 

 * 주제 : 묵은 사랑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랑을 추구하려는 의지

 

 * 동일한 문장 구조 반복

    붉은 파밭의 푸른 새싹을 보아라

    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

 

 * 역설 : 얻는 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

             (묵은 것을 버려야 새로 얻을 수 있다)

 

  * 대조

1연 삶은 계란 껍질, 묵은 사랑 (벗겨짐) 푸른 새싹
2연 너의 그림자, 묵은 사랑 (움직임)
3연 조로의 물, 묵은 사랑 (젖어 있음)

 

 

* 너의 그림자가 움직이듯 묵은 사랑이 움직일 때

  :  희미하고 실체가 없는(그림자) 묵은 사랑의 대한 기억이 떠오를 때

 

 * 새벽에 준 조로의 물이 대낮이 지나도록 마르지 않고 젖어 있듯이

  :  묵은 사랑의 낡은 가치관이 사라지지 않음

 

* 묵은 사랑이 뉘우치는 마음의 한복판에 젖어 있을 때

  : 낡은 가치관을 떨쳐 내려는 것을 후회 할 때 (미련을 버리지 못할 때)

 

 

 

* 화자는 붉은 파밭에서 돋아나는 푸른 새싹을 보며 묵은 것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새롭게 변화 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고 있다.

 

* 이를 통해 작가는 부조리한 사회 현실에서 꿈꿨던 

   새로운 세상에 열망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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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수족관

 

최승호 

 

 

 

 아마존 수족관 집의 열대어들이 

 유리벽에 끼어 헤엄치는 여름밤

 세검정 길 

 장어구이집 창문에서 연기가 나고

 아스팔트에서 고무 탄내가 난다

 상품들은 덩굴져 자라나며 

 색색이 종이꽃을 피우고 있고 

 철근은 밀림, 간판은 열대지만

 아마존강은 여기서 아득히 멀어 

 열대어들은 수족관 속에서 목마르다

 변기 같은 귓바퀴에 소음 부엉거리는 

 여름밤

 열대어들에게 시를 선물하니

 

 노란 달이 아마존 강물 속에 향기롭게 출렁거리고

 아마존 강변에 후리지아 꽃들이 만발했다

 

 

 

 

 

 

 * 주제 : 도시 문명 속의 황폐한 삶과 시적 상상력을 통한 치유

 

 * 아마존과 아마존 수족관의 대조

아마존 아마존수족관
열대어 열대어
아마존강 유리벽, 아스팔트, 고무탄내
노란달 종이꽃
후리지아 꽃 철근(밀림), 간판(열대)
생명력 넘치는 자연 현대 도시문명

 

 

* 아마존 수족관 열대어들에게 시를 선물함

   >>>>생명력 넘치는 아마존 모습이 나타남

 

* 공감각적 표현 : 노란달이 아마존 강물 속에 향기롭게 출렁거리고 (시각의 후각화)

 

 * 시를 읽을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공감각적 표현을 읽으면 

    작가의 표현력에 감탄이 나온다

   '노란달이 아마존 강물 속에 

    향기롭게 출렁거리고'

    강물 속에 비친 달의 표현을

    이렇게 멋지게 할 수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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