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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울 호수공원

 

폭포 

 

이형기

 

 

그대 아는가

나의 등판을

어깨서 허리까지 길게 내리친

시퍼런 칼자욱을 아는가

 

질주하는 전율과

전율 끝에 단말마를 꿈꾸는

벼량의 직립

그 위에 다시 벼랑은 솟는다

 

그대 아는가

석탄기의 종말을

그때 하늘 높이 날으던

한마리 장수잠자리의 추락을

 

나의 자랑은 자멸이다

무수한 복안들이

무수한 수정체가 한꺼번에

박살 나는 맹목의 물보라

 

그대 아는가

나의 등판에 폭포처럼 쏟아지는

시퍼런 빛줄기

2억 년 묵은 이 칼자욱을 아는가

 

 

 

* 주제 : 삶의 고통과 비극성에 대한 인식

 

* 단말마 : 임종을 달리 이르는 말,

         숨이 끊어질 때의 모진 고통

 

* 수미상관

* 동일한 문장(시행) 반복 : 그대 아는가

 

* 그대 아는가/ 나(산)의 등판을(의인법)

  어깨서 허리까지 길게 내리친

  시퍼런 칼자욱(폭포)을 아는가

 : 화자는 벼량에 떨어지는 폭포의 모습을

   시퍼런 칼자욱을 떠올리며

   '단말마'의 정서를 드러냄.

 

 

* 나의 자랑은 자멸이다 (역설법)

  무수한 복안들이

  무수한 수정체가 한꺼번에

  박살 나는 맹목의 물보라

 : 화자는 '폭포의 물방울'을 박살나는

  장수잠자리의 '복안'에 비유함으로써

  비극적인 정서를 형상화.

 

* 추락할 수밖에 없는 실존적한계를 인식하면서도

 또 다시 하늘 높이 날고자하는 인간 존재의 비극적 모습을 드러냄

* 시지포스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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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공원

 

광야

 

 

이육사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를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

 

 

 

 

* 주제 : 민족사에 대한 전망과 현실 극복 의지

1연
(과거)
 태초의 광야 (하늘이 처음 열리고)
2연
(과거)
 광야의 신성성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3연
(과거)
 오랜시간의 흐름과 민족사의 태동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 역사가 시작되었다)
4연
(현재)
 시련의 상황과 현실 극복 의지
 ( : 시련, 일제강점기)
 (노래의 씨를 뿌려라 : 의지적)
5연
(미래)
 희망적 미래에 대한 전망과 염원
( 천고의 뒤에 백마를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1연 : 설의)

  : 어디(감히) 닭 우는 소리 들렸겠느냐

 

* 내 여기(광야)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4연 : 의지적)

 

* 백마를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노래를)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 (5연 : 희망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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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육사   

 

 

 

동방은 하늘도 다 끝나고

비 한 방울 나리잖는 그땅에도

오히려 꽃은 발갛게 피지 않는가

내 목숨을 꾸며 쉬임 없는 날이여

 

북쪽 툰드라에도 찬 새벽은

눈 속 깉이 꽃맹아리가 움작거려

제비 떼 까낳게 날아오길 기다리나니

마침내 저버리지 못할 약속이여!

 

한바다 복판 용솟음치는 곳

바람결 따라 타오르는 꽃 성에는

나비처럼 취하는 회상의 무리들아

오늘 내 여기서 너를 불러 보노라

 

 

 

* 주제 : 극한 상황을 이겨내고 밝은 미래를 이루려는 의지

 

* 영탄적 표현 : 각 연의 마지막 행

   ( ~날이여, ~약속이여!, ~보노라)

 

* 대립적 이미지의 상징적 시어 사용

고난과 시련의 극한 상황 강인한 생명력과 희망
 하늘도 다 끝나고,
 비 한 방울 나리잖는 그 땅,
북쪽 툰드라, 찬 새벽, 눈 속
꽃, 꽃맹아리,
제비 떼, 꽃 성 

 

* 마침내 저버리지 못할 약속이여!

 : 극한 상황에서도 꽃을 피우겠다는 약속 

   (조국 독립에 대한 화자의 확신)

 

*나비처럼 취하는 회상의 무리들아

 오늘 내 여기서 를 불러 보노라

 : 광복에 환희하는 우리민족을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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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지길

 

 

 홀린 사람

 

 

기형도      

 

 

사회자가 외쳤다

여기 일생 동안 이웃을 위해 산 분이 계시다

이웃의 슬픔은 이분의 슬픔이었고

이분의 슬픔은 이글거리는 빛이었다

사회자는 하늘을 걸고 맹세했다

이분은 자신을 위해 푸성귀 하나 심지 않았다

눈물 한 방울도 자신을 위해 흘리지 않았다

사회자는 흐느꼈다

보라, 이분은 당신들을 위해 죽을 수도 있다

그분은 일어서서 흐느끼는 사회자를 제지했다

군중들은 일제히 그분에게 박수를 쳤다

사내들은 울먹였고 감동한 여인들은 실신했다

그때 누군가 그분에게 물었다, 당신은 신인가

그분은 목소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당신은 유령인가, 목소리가 물었다

저 미치광이를 끌어내, 사회자가 소리쳤다

사내들은 달려갔고 분노한 여인들은 날뛰었다

그분은 성난 사회자를 제지했다

군중들은 일제히 그분에게 박수를 쳤다

사내들은 울먹였고 감동한 여인들은 실신했다

그분의 답변은 군중들의 아우성 때문에 들리지 않았다

 

 

 

 

* 주제 : 이성이 마비된 사회에 대한 풍자와 비판

             대중을 기만하는 지배자와 우매한 대중에 대한 비판

 

* 홀린사람 (중의적 표현)

  1. 무엇의 유혹에 빠져 정신을 차리지 못하다 : 군중들

  2. 대상을 유혹하여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하다 : 사회자와 그분

 

* 우의적, 비판, 풍자

 

* 그때 누군가 그분에게 물었다, 당신은 신인가

   그분은 목소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당신은 유령인가, 목소리가 물었다

   저 미치광이를 끌어내, 사회자가 소리쳤다

  :  비판적 질문을 통해 대상에 대한 성찰을 유도함

 

* 군중들은 일제히 그분에게 박수를 쳤다

 사내들은 울먹였고 감동한 여인들은 실신했다

 : 동일한 문장 반복

   (기만당하는 군중의 모습을 강조)

       우상화  ㅡ>
사회자
그분

<ㅡ  맹목적 추종     
군중들
그분을 우상화하며 선동함
(외쳤다, 맹세했다, 흐느꼈다)
이성을 잃고
그분의 위선에 기만당함
(울먹였고, 실신했다, 박수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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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死靈)

김수영



......활자는 반짝거리면서 하늘 아래서
간간이
자유를 말하는데
나의 영은 죽어 있는 것이 아니냐

벗이여
그대의 말을 고개 숙이고 듣는 것이
그대는 마음에 들지 않겠지
마음에 들지 않어라

모두 다 맘에 들지 않어라
이 황혼도 저 돌벽 아래 잡초도
담장의 푸른페인트 빛도
저 고요함도 이 고요함도

그대의 정의도 우리들의 섬세도
행동이 죽음에서 나오는
이 욕된 교외에서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마음에 들지 않어라

그대는 반짝거리면서 하늘 아래서
간간이
자유를 말하는데
우스워라 나의 영은 죽어있는 것이 아니냐






* 주제 : 불의에 대항하지 못하고 무기력하고 안일한
삶을 사는 지식인의 자기 반성

* 사령 : 죽은 영혼 (양심의 죽음)
* 활자 : 자유와 정의가 적힌 책
* 자유 : 화자가 추구하는 이상

* 시대적 배경 : 1959년 자유당 독재 시절
(이러한 부당한 현실에 맞서서 행동하지 못하는
나약한 자신의 모습을 성찰, 자괴감을 드러냄)

* 마음에 들지 않어라 : 자신의 대한 반성
* 마음의 들지 않는 대상을 열거 : 3연,4연
* 우스워라 : 자조적 태도

* 수미상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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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남산타워에서

 

 

나뭇잎 하나

 

 

김광규    

 

 

크낙산 골짜기가 온통

연록색으로 부풀어 올랐을 때

그러니까 신록이 우거졌을 때

그 곳을 지나가면서 나는

미처 몰랐었다.

 

뒷절로 가는 길이 온통

주황색 단풍으로 물들고 나뭇잎들

무더기로 바람에 떨어지던 때

그러니까 낙엽이 지던 때도 

그 곳을 거닐면서 나는

느끼지 못했었다

 

그렇게 한 해가 다 가고

눈발이 드문드문 흩날리던 날

앙상한 대추나무 가지 끝에 매달려 있던

나뭇잎 하나

문득 혼자서 떨어졌다

 

저마다 한 개씩 돋아나

여럿이 모여 한 여름 살고

마침내 저마다 한개씩 떨어져

그 많은 나뭇잎들

사라지는 것을 보여 주면서

 

 

 

 

 

 

* 주제 : 나뭇잎의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인식한 후에

             알게된 인생의 의미

 

* 자연물을 통해 인간의 삶 유추

  :  모든 존재는 하나의 나뭇잎처럼 홀로 태어나

     무리를 이루고 살다가 다시 홀로 죽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뒤늦게 발견 

 

* 유사한 통사 구조의 반복 (1연,2연)

 

* 시간의 흐름 : 여름 - 가을 -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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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공원의 자라들

 

나룻배와 행인

 

 

한용운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옅으나 급한 여울을 건너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으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물만 건너면 나를 돌아보지도 않고 가십니다그려.

 

그러나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 줄만은 알아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날마다 낡아갑니다.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 주제 : 임에 대한 기다림과 헌신적인 사랑

 

* 화자의 기다림

 : 사랑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적극적인 기다림

 

* 경어체 사용 (~ㅂ니다)

* 수미 상관,  비유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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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바다

 

삼수갑산

-치안서선생삼수갑산운-

 

 

김소월   

 

 

삼수갑산 내 왜 왔노 삼수갑산이 어디뇨

오고가니 기험타 아하 물도 많고 산 첩첩이라 아하하

 

내 고향을 도로 가자 내 고향을 내 못 가네

삼수갑산 멀더라 아하 촉도지난이 예로구나 아하하

 

삼수갑산이 어디뇨 내가오고 내 못가네

불귀로다 내 고향 아하 새가 되면 떠가리라 아하하

 

님 계신 곳 내 고향을 내 못 가네 내 못 가네

오다가다 야속타 아하 삼수 갑산이 날 가두었네 아하하

 

내 고향을 가고지고 오호 삼수갑산 날 가두었네

불귀로다 내 몸이야 아하 삼수갑산 못벗어난다 아하하

 

 

 

 

 

* 주제 : 벗어나려해도 벗어날 수 없는 절망적인 삶의 현실에 대한 탄식

        (고향에 대한 그리움)

 

* 치안서선생삼수갑산운

  : 스승(김억)이 보낸 시 '삼수갑산'에 운을 붙여 보낸 답시

 

* 삼수갑산 : 우리나라에서 가장 험한 산골이라 이르던 삼수와 갑산

  (조선시대 귀양지 중 하나 - 함경도 북서쪽)

* 불귀 : 돌아오지 아니함, 돌아가지 아니함, 죽음(비유적)

* 촉도지난 : 촉나라로 가는 길의 어려움

* 도 많고 첩첩이라 : 방해물, 장애물

   (고향으로 돌아가기 힘들게 하는 요소)

 

* 아하, 아하하 : 절망감을 드러내는 탄식, 반복 

* 삼수갑산이 날 가두었네 : 주객전도, 의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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