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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공원에서 본 한강

 

완화삼

 

 

조지훈       

 

 

차운 산 바위 우에 하늘은 멀어

산새가 구슬피 울음 운다

 

구름 흘러가는

물길 칠백리

 

나그네 긴 소매 꽃잎에 젖어

술익는 강마을에 저녁노을이여

 

이 밤 자면 저 마을에

꽃은 지리라

 

다정하고 한 많음도 병인 양하여

달빛 아래 고요히 흔들리며 가노니........

 

 

 

 

 

 

* 주제 : 다정다한한 나그네의 우수

 

* 완화삼 : 꽃을 사랑하는 선비의 도포자락

           ( 긴 적삼에서 풍기는 선비의 풍류스런 멋)

 

* 7.5조, 3음보, 민요조

 

* 애상적 분위기 : 시적화자는 달빛 아래 길떠나는 

     나그네의 한많음으로 작품을 마무리 하고 있다.

  (식민지 시대의 지식인의 정신적 고뇌와 연결지어 감상)

 

* 다양한 감각이미지

   청각 : 산새가 구슬피 울음 운다 ( 산새 - 감정이입)

   촉각 : 나그네 긴 소매 꽃잎에 젖어

   시각 :  구름 흘러가는~ 

              ~저녁노을이여 

              달빛 아래~

   

 

* 다정하고 한 많음도 병인 양하여

  : 이조년의  '다정가'에서 차용한 구절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이 삼경인 제

     일지춘심을 지규야 아랴마난 (알겠느냐마는)

     다정도 병인 양하야 잠못드러 하노라

 

 

* '완화삼'은 조지훈이 박목월에게 보낸 시이며,

   박목월은 화답으로 '나그네'라는 시를 써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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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을 내려오며

 

 

 

박목월    

 

 

<나>는 

흔들리는 저울대.

시는

그것을 고누려는 추

겨우 균형이 잡히는 위치에

한 가락의 미소.

한 줌의 위안.

한 줄기의 운율.

이내 무너진다.

하늘 끝과 끝을 일렁대는 해와 달

아득한 진폭.

생활이라는 그것.

 

 

 

 

* 주제 : 절대 균형을 이루려는 시의 세계와

          늘 흔들리는 일상의 세계 사이의 긴장

 

* 나와 시의 상반된 성격 (비유)

 :    흔들리는 저울대(나) 

     그것을 균형을 잡으려는 추(시)

 

* 진폭 = 생활 : 화자 스스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자유롭지 못함

 

 

*  시를 성취하는 순간과(5~8행)

   겨우 균형이 잡히는 위치에/ 한 가락의 미소.

   한 줌의 위안./ 한 줄기의 운율.

   

   생활로 인해 그 성취가 다시 사라지게 되는 순간을(9~12행)

   이내 무너진다./ 하늘 끝과 끝을 일렁대는 해와 달

   아득한 진폭./  생활이라는 그것.

 

   형상화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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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신

 

 

김광균    

 

 

시를 믿고 어떻게 살아가나

서른 먹은 사내가 하나 잠을 못 잔다.

먼ㅡ기적 소리 처마를 스쳐가고

잠들은 아내과 어린 것의 베갯맡에 

밤눈이 내려 쌓이나 보다.

무수한 손에 뺨을 얻어맞으며

항시 곤두박질해 온 생활의 노래

지나는 돌팔매에도 이제는 피곤하다.

먹고 산다는 것

너는 언제까지 나를 쫓아오느냐.

등불을 켜고 일어나 앉는다.

담배를 피워 문다.

쓸쓸한 것이 오장을 씻어 내린다.

노신이여

이런 밤이면 그대가 생각난다.

온ㅡ세계가 눈물에 젖어 있는 밤

상해 호마로 어느 뒷골목에서

쓸쓸히 앉아 지키던 등불

등불이 나에게 속삭거린다.

여기 하나의 상심한 사람이 있다.

여기 하나의 굳세게 살아온 인생이 있다.

 

 

 

* 주제 : 가난 때문에 겪는 현실적 어려움과 그 극복의지

 

* 노신 : 중국 근현대 문학가(1881~1936)

        고단한 삶을 사는 시적화자에게 의지를 북돋아 주는 존재

 

* 등불 : 화자에게 현실극복 의지와 용기를 주는 대상

 

* 서른 먹은 사내 :  화자 자신을 3인칭으로 표현 

 

* 어려운 현실 표현  : ~ 뺨을 얻어 맞으며

                                 항시 곤두박질 해온 ~

                                 지나는 돌팔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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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의 나라

 

 

김광규      

 

 

언제나 안개가 짙은

안개의 나라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안개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므로

안개 속에 사노라면

안개에 익숙해져

아무것도 보려고 하지 않는다.

안개의 나라에서는 그러므로

보려고 하지 말고

들어야한다.

듣지 않으면 살 수 없으므로

귀는 자꾸 커진다.

하얀 안개의 귀를 가진 

토끼같은 사람들이

안개의 나라에 산다.

 

 

 

* 주제 : 부조리한 정치 현실에 대한 비판 의식

             자유를 추구하는 정신

 

*  1970년대의 억압적인 정치 현실 풍자

    (우회적인 표현)

 

* 안개의 나라 :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으므로

                          아무 것도 보려고 하지 않는다

 

* 안개가 짙은 : 엄격한 통제로 진실을 감추는 

                       부조리한 현실 상황을 형상화

 

* 하얀 안개의 귀를 가진 토끼같은 사람들

  : 약한 존재, 수동적, 순응적

 

* 안개 속에서 보려고 하는 적극적인 태도가 아닌,

  듣기 위해 귀만 커지는 수동적인 태도를 지닌 사람들을 비판

 

* 부정적 세계를 완전히 극복해내지 못하는 안타까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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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다리저는 사람 

 

 

김기택    

 

 

꼿꼿하게 걷는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그는 춤추는 사람처럼 보였다.

한 걸음 옮길때마다.

그는 앉았다 일어서듯이 다리를 구부렸고

그때마다 윗몸은 반쯤 쓰러졌다 일어났다.

그 요란하고 기이한 걸음은

지하철 역사가 적막해지도록 조용하게 걸었다.

어깨에 매달린 가방도

함께 소리를 죽여 힘차게 흔들렸다.

못 걷는 다리 하나를 위하여

온몸이 다리가 되어 흔들어주고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기둥이 되어 우람하게 서 있는데

그 빽빽한 기둥 사이로

그만 홀로 팔랑팔랑 지나가고 있었다.

 

 

 

 

 

* 주제 : 다리 저는 사람의 역동적 걸음

 

수많은 사람들 대조
꼿꼿하게 걸음 요란하고 기이한 걸음
우람하게 서 있음 힘차게 흔들림
빽빽한 기둥 팔랑팔랑
  춤추는 사람

 

* 그만 홀로 팔랑팔랑 지나가고 있었다

  : 유연함, 생동감 (긍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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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벌레들의 작은 귀를 생각함

 

 

김기택     

 

 

텔레비전을 끄자

풀벌레소리

어둠과 함께 방 안 가득 들어온다

어둠 속에서 들으니 벌레소리들 환하다

별빛이 묻어 더 낭랑하다

귀뚜라미나 여치 같은 큰 울음 사이에는

너무 작아 들리지 않는 소리도 있다

그 풀벌레들의 작은 귀를 생각한다

내 귀에는 들리지 않는 소리들이 드나드는

까맣고 좁은 통로들을 생각한다

그 통로의 끝에 두근거리며 매달린

여린마음들을 생각한다

발뒤꿈치처럼 두꺼운 내 귀에 부딪쳤다가

되돌아간 소리를 생각한다

브라운관이 뿜어낸 현란한 빛이 

내눈과 귀를 두껍게 채우는 동안

그 울음소리들은 수없이 나에게 왔다가 

너무 단단한 벽에 놀라 되돌아 갓을 것이다

하루살이들처럼 전등에 부딪쳤다가 

바닥에 새카맣게 떨어졌을 것이다

크게 밤공기를 들이쉬니

허파 속으로 그 소리들이 들어온다

허파도 별빛이 묻어 조금은 환해진다

 

 

 

 

 

* 주제 : 문명적 삶에 대한 반성과 자연과의 교감

 

* 자연에 존재하는 작지만 소중한 것들의 가치를 잊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내면을 성찰하고 있는 시이다.

 

* 화자는 텔레비전(문명)을 끄고, 풀벌레 소리(자연)에 귀를 기울인다.

  이러한 시도를 통해 그 소리에 담긴 생명의 힘을 자신의 내면으로 받아들인다.

  이는 '허파도 별빛이 묻어 조금은 환해'지는 상황으로 표현하고 있다.

  

텔레비전을 끔

밤공기를 크게 들이쉼
풀벌레
텔레비전
(현란한 빛)
풀벌레 소리
(별빛)
두꺼운 내 귀 작은 귀
단단한 벽 여린마음

 

* 벌레 소리들 환하다 : 공감각 ( 청각의 시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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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바위

 

 

유치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에 문들지 않고

희로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년 비정의 함묵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하고

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

꿈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 주제 : 초극적 삶의 추구

 

* 바위 : 1. 객관적 상관물

             2. 끊임없이 자신을 단련함

             3. 외부자극에 흔드리지 않는 강인한 정신

 

*  ~ 바위가 되리라 : 강한 의지 

 

* 시련 : 비와 바람, 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 두쪽으로 깨뜨려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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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을 내려오면서



연시

박용래



여름 한 낮
비름잎에
꽃힌 땡볕이
이웃 마을
돌담 위
연시로 익다
한쪽 볼
서리에 묻고
깊은 잠 자다
눈 오는 어느날
깨어나
제상 아래
심지 머금은
종발로 빛나다





* 주제 : 생명력이 충만한 연시의 아름다움을 통해
자연의 오묘한 이치를 접하는 감동

* 종발 : 그릇 / 제상 : 제사상

* 계절의 변화 : 여름 - 가을- 겨울

* 감 ----------- > 연시 (성숙)
    (땡볕, 서리)

* 담담한 어조
** 거대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진행되는 자연의 오묘한 조화와

   인간과 자연의 만남을 아름답게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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