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어
최승호
밤의 식료품 가게
케케묵은 먼지 속에
죽어서 하루 더 손떼 묻고
터무니 없이 하루 더 기다리는
북어들.
북어들의 일 개 분대가
나란히 꼬챙이에 꿰어져 있었다.
나는 죽음이 꿰뚫은 대가리를 말한 셈이다.
한 쾌의 혀가
자갈처럼 죄다 딱딱했다.
나는 말의 변비증을 앓는 사람들과
무덤속의 벙어리를 말한 셈이다.
말라 붙고 짜부러진 눈,
북어들의 빳빳한 지느러미,
막대기 같은 생각
빛나지 않은 막대기 같은 사람들이
가슴에 싱싱한 지느러미를 달고
헤엄쳐 갈 데 없는 사람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느닷없이
북어들이 커다랗게 입을 벌리고
거봐,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귀가 먹먹하도록 부르짖고 있었다.
* 주제 : 현대인의 무기력한 삶에 대한 비판과 자기반성
* 앞에서 본 '아마존 수족관' 과 시의 시작부분이 비슷하다
아마존 수족관 : 아마존 수족관 집의 열대어들이 ~ 여름밤
북어 : 밤의 식료품 가게 ~ 북어들.
* '아마존 수족관'과 '북어' 에서는 현대인들을 비판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하지만,
'아마존 수족관'에서는 '시'를 선물하여 치유를 하는 모습이 나오고,
'북어' 에서는 '너도 북어지'라는 메시지로 화자 또한 비판의 대상이 된다.
* '너도 북어지' 라는 메시지가
마음에 여운이 남아
'나 역시 북어가 아닐까? 북어가 되지 않으려면?'
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나 자신을 되돌아 보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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