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원
윤동주
살구나무 그늘로 얼굴을 가리고 병원 뒤뜰에 누워, 젊은 여자가 흰옷 아래로 하얀 다리를 드러내놓고 일광욕을 한다. 한나절이 기울도록 가슴을 앓는다는 이 여자를 찾아오는 이, 나비 한 마리도 없다. 슬프지도 않은 살구나무 가지에는 바람도 없다.
나도 모를 아픔을 오래 참다 처음으로 이곳에 찾아왔다. 그러나 나의 늙은 의사는 젊은이의 병을 모른다. 나한테는 병이 없다고 한다. 이 지나친 시련이 이 지나친 피로, 나는 성내서는 안된다.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깃을 여미고 화단에서 금잔화 한포기를 따 가슴에 꽂고 병실 안으로 사라진다. 나는 그 여자의 건강이ㅡ 아니 내 건강도 속히 회복되기를 바라며 그가 누웠던 자리에 누워본다.
* 주제 : 고독에 대한 동질감과 치유에 대한 소망
* 화자는 병원에서 본 '여자'의 모습에 주목하고, '여자'의 아픔에 비추어
자신의 처지를 성찰하며, '여자'가 지닌 치유에 대한 공감을 소망한다.
* 병원은 폐쇠된 공간으로 일제 강점기의 답답한 현실을 반영한 공간이다.
*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깃을 여미고 화단에서
금잔화 한포기를 따 가슴에 꽂고 병실 안으로 사라진다.
: 화자는 여자에게서 회복에 대한 소망을 읽어냄
* 나는 그 여자의 건강이ㅡ 아니 내 건강도
속히 회복되기를 바라며 그가 누웠던 자리에 누워본다.
: 여자와 자신의 동질성을 느낌, 그리고 나역시 회복되기를 소망함.
** 2017년 9월 모의고사에 나온 작품으로,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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