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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 한옥마을


병원

윤동주





살구나무 그늘로 얼굴을 가리고 병원 뒤뜰에 누워, 젊은 여자가 흰옷 아래로 하얀 다리를 드러내놓고 일광욕을 한다. 한나절이 기울도록 가슴을 앓는다는 이 여자를 찾아오는 이, 나비 한 마리도 없다. 슬프지도 않은 살구나무 가지에는 바람도 없다.

나도 모를 아픔을 오래 참다 처음으로 이곳에 찾아왔다. 그러나 나의 늙은 의사는 젊은이의 병을 모른다. 나한테는 병이 없다고 한다. 이 지나친 시련이 이 지나친 피로, 나는 성내서는 안된다.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깃을 여미고 화단에서 금잔화 한포기를 따 가슴에 꽂고 병실 안으로 사라진다. 나는 그 여자의 건강이ㅡ 아니 내 건강도 속히 회복되기를 바라며 그가 누웠던 자리에 누워본다.





* 주제 : 고독에 대한 동질감과 치유에 대한 소망


* 화자는 병원에서 본 '여자'의 모습에 주목하고, '여자'의 아픔에 비추어
자신의 처지를 성찰하며, '여자'가 지닌 치유에 대한 공감을 소망한다.

* 병원은 폐쇠된 공간으로 일제 강점기의 답답한 현실을 반영한 공간이다.

*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깃을 여미고 화단에서
금잔화 한포기를 따 가슴에 꽂고 병실 안으로 사라진다.
: 화자는 여자에게서 회복에 대한 소망을 읽어냄

* 나는 그 여자의 건강이ㅡ 아니 내 건강도
속히 회복되기를 바라며 그가 누웠던 자리에 누워본다.
: 여자와 자신의 동질성을 느낌, 그리고 나역시 회복되기를 소망함.


** 2017년 9월 모의고사에 나온 작품으로,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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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 꽃 (호수공원에서)

 

사랑스런 추억

 

 

윤동주     

 

 

 

봄이 오던 아침, 서울 어느 쪼그만 정거장에서

희망과 사랑처럼 기차를 기다려

 

나는 플랫폼에 간신한 그림자를 떨어트리고

담배를 피웠다.

 

내 그림자는 담배 연기 그림자를 날리고

비둘기 한 떼가 부끄러울 것도 없이

나래 속을 속, 속, 햇빛에 비춰, 날았다.

 

기차는 아무 새로운 소식도 없이

나를 멀리 실어다 주어,

 

봄은 다가고ㅡ 동경 교외 어느 조용한 하숙방에서,

옛거리에 남은 나를 희망과 사랑처럼 그리워 한다.

 

오늘도 기차는 몇번이나 무의미하게 지나가고,

 

오늘도 나는 누구를 기다려 정거장 기차를 

언덕에서 서성거릴게다.

 

ㅡ 아아 젊음은 오래 거기 남아 있거라.

 

 

 

* 주제 : 희망을 잃어버린 현실 극복에 대한 소망과 의지

 

* '사랑스런 추억'은 윤동주 시인이 일본 유학 시절에 쓴 시이다.

  사랑과 희망을 품과 동경을 향하던 과거의 화자와 

  그때처럼 사랑과 희망을 잃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현재의 화자를 보여준다.

 

 

* 봄이 오던 아침 (희망과 사랑처럼, 과거)

   -->  봄은 다 가고 (기차가 무의미하게 지나가는 현재의 시간, 암울한 현실)

 

* 오늘도 나는 누구를 기다려 정거장 기차를

   언덕에서 서성거릴게다.

   (서울에서 '희망과 사랑'처럼 기차를 기다리던 나의 모습과 유사함=희망을 잃지 않겠다)

 

아아 젊음은 오래 거기 남아 있거라

   : 비록 자신이 꿈꾸던 유학생활이 아닐 지라도 

     사랑과 희망을 결코 잊지 않겠다는 소망과 의지를 보여준다.

 

 

**  2020년 수능에 윤동주의 '바람이 불어'라는 시가 출제되었다..

   윤동주 시인의 작품은 언제 출제되어도 이상하지 않기 때문에 

   수험생이라면 윤동주의 다른 시들도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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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공원

 

 

쉽게 씌어진 시

 

 

윤동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 첩 방은 남의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 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ㅡ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들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 첩 방은 남의 나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희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 주제 : 암울한 시대 현실 속에서의 지식인의 고뇌와 현실 극복 의지

 

*  자기 성찰적 어조, 고백적 어조 (윤동주 대부분의 시의 가장 큰 특징)

 

* 시상의 전환  : 1연 밤비 (쓸쓸한 심정 고조) ------> 8연 밤비 (성찰의 계기)     

                          1~7연 (부끄러움)  ---> 8~10연 (의지적)

 

*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 인생을 쉽게 사는 것 같아서,

   인생을 표현하는 시를 쉽게 쓰는 것이 부끄럽다)

 

*  '동주'라는 영화가 개봉당시 영화관에서 본 적이 있다. 

   그 영화를 보면서 윤동주 시인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  시가 되었든 소설이 되었든

   관련된 영화나 다큐 등 좋은 영상들을 보면,

   문학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므로

   다양한 자료들을 찾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영화 동주 포스터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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