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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2
오세영
전신이 검은 까마귀,
까마귀는 까치와 다르다.
마른 가지 끝에 높이 앉아
먼 설원을 굽어보는 저
형형한 눈,
고독한 이마 그리고 날카로운 부리,
얼어붙은 지상에는
그 어디에도 낱알 한 톨 보이지 않지만
그대 차라리 눈발을 뒤지다 굶어 죽을지언정
결코 까치처럼
인가의 안마당을 넘보진 않는다.
검을테면
철저하게 검어라. 단 한개의 깃털도
남기지 말고......
겨울 되자 온 세상 수북이 눈은 내려
저마다 하얗게 하얗게 분장 하지만
나는
빈 가지 끝에 홀로 앉아
말없이
먼 지평선을 응시하는 한 마리
검은 까마귀가 되리라.
* 주제 : 삶에 대한 성찰을 통해 고고하고 의연한 삶을 다짐함
* 까마귀(고고한 존재)와 까치(세속적인 존재)의 대비
: 생존이나 영달을 위해 세속적인 것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화자의 의지를 보여줌.
결코 까치처럼
인가의 안마당을 넘보진 않는다.
(인가의 안마당 : 까치의 현실적인 탐욕이 드러나는 공간)
* '낱알 한 톨' 보이지 않는 '얼어붙은 지상'
: 최소한의 생존마저 위협받는 공간, 열악한 상황
* 먼 설원, 먼 지평선 : 까마귀가 지향하는 곳
* 검을 테면 철저하게 검어라 : 화자가 긍정적으로 인식한 삶
* 겨울 되자 온 세상 수북이 눈은 내려
저마다 하얗게 하얗게 분장 하지만
: 여기서 '분장'은 자신의 본질을 감추는 삶을 나타냄
* 나는 ~ 검은 까마귀가 되리라
: 의지적, 영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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