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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타리 밖

 

 

박용래      

 

 

 

머리가 마늘쪽같이 생긴 고향의 소녀와

한여름을 알몸으로 사는 고향의 소년과

같이 낯이 설어도 사랑스러운 들길이 

있다

 

그 길에 아지랑이가 피듯 태양이 타듯

제비가 날듯 길을 따라 물이 흐르듯 그렇게 

그렇게

 

천연히

 

울타리 밖에도 화초를 심는 마을이 있다

오래오래 잔광이 부신 마을이 있다

밤이면 더 많이 별이 뜨는 마을이 있다

 

 

 

* 주제 : 자연을 닮아 이웃과 함께 하는 삶의 순수성과 본래성

 

* 천연히 : 생긴 그대로, 조금도 꾸밈없이 

             ( 하나의 시어로 연을 이룸 = 시상 집약, 호흡조절 )

 

* 1연 : 행간 걸침 ( ~소년과 / 같이 ~ )

      같이의 의미 :  1. like (~처럼)   

                                 2. together (~함께)

   4연 : ~마을이 있다 = 반복, 공간을 부각 (인위적이지 않은 마을을 부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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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공원

 

 

쉽게 씌어진 시

 

 

윤동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 첩 방은 남의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 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ㅡ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들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 첩 방은 남의 나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희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 주제 : 암울한 시대 현실 속에서의 지식인의 고뇌와 현실 극복 의지

 

*  자기 성찰적 어조, 고백적 어조 (윤동주 대부분의 시의 가장 큰 특징)

 

* 시상의 전환  : 1연 밤비 (쓸쓸한 심정 고조) ------> 8연 밤비 (성찰의 계기)     

                          1~7연 (부끄러움)  ---> 8~10연 (의지적)

 

*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 인생을 쉽게 사는 것 같아서,

   인생을 표현하는 시를 쉽게 쓰는 것이 부끄럽다)

 

*  '동주'라는 영화가 개봉당시 영화관에서 본 적이 있다. 

   그 영화를 보면서 윤동주 시인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  시가 되었든 소설이 되었든

   관련된 영화나 다큐 등 좋은 영상들을 보면,

   문학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므로

   다양한 자료들을 찾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영화 동주 포스터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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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가

 

박재삼    

 

 

 

집을 치면, 정화수 잔잔한 위에 아침마다 새로생기는 물방울은 신선한 우물집이었을레.또한 윤이나는 마루의, 그 끝의 평상의, 갈앉은 뜨락의, 물냄새 창창한 그런 집이었을레. 서방님은 바람 같단들 어느 때고 바람은 어려 올 따름, 그 옆에 순순한 스러지는 물방울의 찬란한 춘향이 마음 아니었을레.

 

하루에 몇 번쯤 푸른 산 언덕들을 눈 아래 보았을까나. 그러면 그때마다 일렁여 오는 푸른 그리움에 어울려, 흐느껴 물살 짓는 어깨가 얼마쯤 하였을까나, 진실로, 우리가 받들 산신령은 그 어디 있을까마는, 산과 언덕들의 만 리 같은 물살을 굽어보는, 춘향은 바람에 어울린 수정빛 임자가 아니었을까나.

 

 

 

* 주제 : 임을 향한 춘향의 간절한 그리움

 

* 집을 치면~ : 춘향이 마음을 집으로 비유하자면~

 

* 종결어미 반복 : ~었을레(1연), ~ㄹ까나(2연)  

* 색채어 사용 : 푸른 산, 푸른 그리움, 수정 빛 등 

* 감각이미지 : 색채어 사용(시각) , 물냄새 창창한~(후각)

 

 

** 모든 문학 작품은 잠재적으로나 현상적으로 다른 작품의 영향을 받게 되는데,

   이때 그 영향을 주고 받는 관계에서 상호텍스트성이 성립한다.

 

** 박재삼의 수정가의 경우, 춘향전을 모티프로 춘향이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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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수족관

 

최승호 

 

 

 

 아마존 수족관 집의 열대어들이 

 유리벽에 끼어 헤엄치는 여름밤

 세검정 길 

 장어구이집 창문에서 연기가 나고

 아스팔트에서 고무 탄내가 난다

 상품들은 덩굴져 자라나며 

 색색이 종이꽃을 피우고 있고 

 철근은 밀림, 간판은 열대지만

 아마존강은 여기서 아득히 멀어 

 열대어들은 수족관 속에서 목마르다

 변기 같은 귓바퀴에 소음 부엉거리는 

 여름밤

 열대어들에게 시를 선물하니

 

 노란 달이 아마존 강물 속에 향기롭게 출렁거리고

 아마존 강변에 후리지아 꽃들이 만발했다

 

 

 

 

 

 

 * 주제 : 도시 문명 속의 황폐한 삶과 시적 상상력을 통한 치유

 

 * 아마존과 아마존 수족관의 대조

아마존 아마존수족관
열대어 열대어
아마존강 유리벽, 아스팔트, 고무탄내
노란달 종이꽃
후리지아 꽃 철근(밀림), 간판(열대)
생명력 넘치는 자연 현대 도시문명

 

 

* 아마존 수족관 열대어들에게 시를 선물함

   >>>>생명력 넘치는 아마존 모습이 나타남

 

* 공감각적 표현 : 노란달이 아마존 강물 속에 향기롭게 출렁거리고 (시각의 후각화)

 

 * 시를 읽을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공감각적 표현을 읽으면 

    작가의 표현력에 감탄이 나온다

   '노란달이 아마존 강물 속에 

    향기롭게 출렁거리고'

    강물 속에 비친 달의 표현을

    이렇게 멋지게 할 수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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