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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 한옥마을에서

 

참깨를 털면서

 

 

김준태        

 

 

 

산그늘 내린 밭 귀퉁이에서 할머니와 참깨를 턴다.

보아하니 할머니는 슬슬 막대기질을 하지만

어두워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젊은 나는

한번을 내리치는 데도 힘을 더한다.

세상사에는 흔히 맛보기가 어려운 쾌감이 

참깨를 털어 대는 일엔 희한하게 있는 것 같다.

한 번을 내리쳐도 셀 수 없이

솨아솨아 쏟아지는 무수한 흰 알맹이들

도시에서 십년을 가차이 살아 본 나로선

기가 막히게 신나는 일인지라

휘파람을 불어 가며 몇 다발이고 연이어 털어 댄다.

사람도 아무 곳에나 한 번만 기분 좋게 내려치면

참깨처럼 솨아솨아 쏟아지는 것들이

얼마든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정신없이 털다가

"아가, 모가지까지 털어져선 안 되느리라."

할머니의 가엾어하는 꾸중을 듣기도 했다.

 

 

 

 

* 주제 : 참깨를 털며 할머니께서 배운 삶의 자세

            (순리에 따르는 삶에 대한 깨달음)

 

* 알생경험을 소재로 하여 삶에 대한 깨달음을 형상화

* 음성상징어 : 슬슬, 솨아솨아 

* 직접 인용 : "아가, 모가지까지 털어져선 안 되느리라."  (시상전환)

 

 

대조 할머니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젊은 나 슬슬 막대기질을 하심
한번을 내리치는 데도 힘을 더한다(쾌감)
세속적 가치 순리에 따른 삶
빠른 결과물 추구 여유있는 삶의 태도
도시 농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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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수족관

 

최승호 

 

 

 

 아마존 수족관 집의 열대어들이 

 유리벽에 끼어 헤엄치는 여름밤

 세검정 길 

 장어구이집 창문에서 연기가 나고

 아스팔트에서 고무 탄내가 난다

 상품들은 덩굴져 자라나며 

 색색이 종이꽃을 피우고 있고 

 철근은 밀림, 간판은 열대지만

 아마존강은 여기서 아득히 멀어 

 열대어들은 수족관 속에서 목마르다

 변기 같은 귓바퀴에 소음 부엉거리는 

 여름밤

 열대어들에게 시를 선물하니

 

 노란 달이 아마존 강물 속에 향기롭게 출렁거리고

 아마존 강변에 후리지아 꽃들이 만발했다

 

 

 

 

 

 

 * 주제 : 도시 문명 속의 황폐한 삶과 시적 상상력을 통한 치유

 

 * 아마존과 아마존 수족관의 대조

아마존 아마존수족관
열대어 열대어
아마존강 유리벽, 아스팔트, 고무탄내
노란달 종이꽃
후리지아 꽃 철근(밀림), 간판(열대)
생명력 넘치는 자연 현대 도시문명

 

 

* 아마존 수족관 열대어들에게 시를 선물함

   >>>>생명력 넘치는 아마존 모습이 나타남

 

* 공감각적 표현 : 노란달이 아마존 강물 속에 향기롭게 출렁거리고 (시각의 후각화)

 

 * 시를 읽을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공감각적 표현을 읽으면 

    작가의 표현력에 감탄이 나온다

   '노란달이 아마존 강물 속에 

    향기롭게 출렁거리고'

    강물 속에 비친 달의 표현을

    이렇게 멋지게 할 수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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