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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다리저는 사람 

 

 

김기택    

 

 

꼿꼿하게 걷는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그는 춤추는 사람처럼 보였다.

한 걸음 옮길때마다.

그는 앉았다 일어서듯이 다리를 구부렸고

그때마다 윗몸은 반쯤 쓰러졌다 일어났다.

그 요란하고 기이한 걸음은

지하철 역사가 적막해지도록 조용하게 걸었다.

어깨에 매달린 가방도

함께 소리를 죽여 힘차게 흔들렸다.

못 걷는 다리 하나를 위하여

온몸이 다리가 되어 흔들어주고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기둥이 되어 우람하게 서 있는데

그 빽빽한 기둥 사이로

그만 홀로 팔랑팔랑 지나가고 있었다.

 

 

 

 

 

* 주제 : 다리 저는 사람의 역동적 걸음

 

수많은 사람들 대조
꼿꼿하게 걸음 요란하고 기이한 걸음
우람하게 서 있음 힘차게 흔들림
빽빽한 기둥 팔랑팔랑
  춤추는 사람

 

* 그만 홀로 팔랑팔랑 지나가고 있었다

  : 유연함, 생동감 (긍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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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벌레들의 작은 귀를 생각함

 

 

김기택     

 

 

텔레비전을 끄자

풀벌레소리

어둠과 함께 방 안 가득 들어온다

어둠 속에서 들으니 벌레소리들 환하다

별빛이 묻어 더 낭랑하다

귀뚜라미나 여치 같은 큰 울음 사이에는

너무 작아 들리지 않는 소리도 있다

그 풀벌레들의 작은 귀를 생각한다

내 귀에는 들리지 않는 소리들이 드나드는

까맣고 좁은 통로들을 생각한다

그 통로의 끝에 두근거리며 매달린

여린마음들을 생각한다

발뒤꿈치처럼 두꺼운 내 귀에 부딪쳤다가

되돌아간 소리를 생각한다

브라운관이 뿜어낸 현란한 빛이 

내눈과 귀를 두껍게 채우는 동안

그 울음소리들은 수없이 나에게 왔다가 

너무 단단한 벽에 놀라 되돌아 갓을 것이다

하루살이들처럼 전등에 부딪쳤다가 

바닥에 새카맣게 떨어졌을 것이다

크게 밤공기를 들이쉬니

허파 속으로 그 소리들이 들어온다

허파도 별빛이 묻어 조금은 환해진다

 

 

 

 

 

* 주제 : 문명적 삶에 대한 반성과 자연과의 교감

 

* 자연에 존재하는 작지만 소중한 것들의 가치를 잊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내면을 성찰하고 있는 시이다.

 

* 화자는 텔레비전(문명)을 끄고, 풀벌레 소리(자연)에 귀를 기울인다.

  이러한 시도를 통해 그 소리에 담긴 생명의 힘을 자신의 내면으로 받아들인다.

  이는 '허파도 별빛이 묻어 조금은 환해'지는 상황으로 표현하고 있다.

  

텔레비전을 끔

밤공기를 크게 들이쉼
풀벌레
텔레비전
(현란한 빛)
풀벌레 소리
(별빛)
두꺼운 내 귀 작은 귀
단단한 벽 여린마음

 

* 벌레 소리들 환하다 : 공감각 ( 청각의 시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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