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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남산타워에서

 

 

나뭇잎 하나

 

 

김광규    

 

 

크낙산 골짜기가 온통

연록색으로 부풀어 올랐을 때

그러니까 신록이 우거졌을 때

그 곳을 지나가면서 나는

미처 몰랐었다.

 

뒷절로 가는 길이 온통

주황색 단풍으로 물들고 나뭇잎들

무더기로 바람에 떨어지던 때

그러니까 낙엽이 지던 때도 

그 곳을 거닐면서 나는

느끼지 못했었다

 

그렇게 한 해가 다 가고

눈발이 드문드문 흩날리던 날

앙상한 대추나무 가지 끝에 매달려 있던

나뭇잎 하나

문득 혼자서 떨어졌다

 

저마다 한 개씩 돋아나

여럿이 모여 한 여름 살고

마침내 저마다 한개씩 떨어져

그 많은 나뭇잎들

사라지는 것을 보여 주면서

 

 

 

 

 

 

* 주제 : 나뭇잎의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인식한 후에

             알게된 인생의 의미

 

* 자연물을 통해 인간의 삶 유추

  :  모든 존재는 하나의 나뭇잎처럼 홀로 태어나

     무리를 이루고 살다가 다시 홀로 죽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뒤늦게 발견 

 

* 유사한 통사 구조의 반복 (1연,2연)

 

* 시간의 흐름 : 여름 - 가을 -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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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의 나라

 

 

김광규      

 

 

언제나 안개가 짙은

안개의 나라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안개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므로

안개 속에 사노라면

안개에 익숙해져

아무것도 보려고 하지 않는다.

안개의 나라에서는 그러므로

보려고 하지 말고

들어야한다.

듣지 않으면 살 수 없으므로

귀는 자꾸 커진다.

하얀 안개의 귀를 가진 

토끼같은 사람들이

안개의 나라에 산다.

 

 

 

* 주제 : 부조리한 정치 현실에 대한 비판 의식

             자유를 추구하는 정신

 

*  1970년대의 억압적인 정치 현실 풍자

    (우회적인 표현)

 

* 안개의 나라 :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으므로

                          아무 것도 보려고 하지 않는다

 

* 안개가 짙은 : 엄격한 통제로 진실을 감추는 

                       부조리한 현실 상황을 형상화

 

* 하얀 안개의 귀를 가진 토끼같은 사람들

  : 약한 존재, 수동적, 순응적

 

* 안개 속에서 보려고 하는 적극적인 태도가 아닌,

  듣기 위해 귀만 커지는 수동적인 태도를 지닌 사람들을 비판

 

* 부정적 세계를 완전히 극복해내지 못하는 안타까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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